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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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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서정
  • 전민일보
  • 승인 2021.04.19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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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이름만 들어보아도 청량감을 안겨주는 공간이다.

숲은 인간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인간은 숲에서 나서 숲과 더불어 살다가 결국 숲으로 돌아간다. 사람이 죽으면 소나무 관속으로 들어가 숲속 묘지에 묻히지 않던가.

숲은 인간의 정서적 휴식처일 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한 물과 공기의 정화이자 공급처라 할 수 있다. 또한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공간이므로, 숲은 미래의 우리 후손들에게 소중히 보존해주어야 할 가장 귀중한 유산이다.

이 시대에 필요한 숲은 인간의 이용가치에 의한 것보다 생태적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의미가 있다.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은 6~7월이다. 온 산과 들녘이 초록색으로 치장을 하면 우리 인간들의 가슴에는 꿈과 희망을 한 아름 안겨주기도 한다.

가정이나 직장, 사업장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말이면 높고 낮은 산의 숲길을 걷는다. 서늘한 숲길에서 정상에 올라 대자연의 바람을 맞을 때, 상쾌함과 피로감을 씻어주니 그 어디에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이요, 호연지기를 기르는 효과도 크다.

숲은 그런 정적 분위기나 귀의처일 뿐 아니라, 인간에게 생기나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 우리의 시야에 생기로운 숲이 없다면 얼마나 심신이 피로하고 삭막하겠는가. 아마 많은 사람들이 질식하고 말았을 것이다.

녹음이 우리 인간에게 주는 낭만과 서정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뙤약볕에 땀을 뻘뻘 흘리며 김매는 농부에게 밭머리에 드리워진 나무 그늘이 없었던들, 그는 숨이 막혀 쓰러졌을 것이다. 동구 앞 우물가에 한 그루의 정자나무가 없다면 우리의 농촌 마을은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

숲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고향의 숲이다. 내 고향은 청림(靑林)리다.

청림은 푸른 숲이다. 사방이 산으로 빙둘러 싸여 숲속의 집이라고 해야 딱 맞는 말일 듯 싶다. 아침 해가 늦게 뜨고 저녁 해는 일찍 넘어가는 지역이다.

1950년 6.25 사변을 거쳐 9.28 수복 후에는 지리산, 덕유산, 변산을 비롯해 숲이 깊은 곳에는 빨치산의 은거지가 되었다. 빨치산, 그들은 낮에는 숲에서 숨어 있다가 밤이면 민가에 내려와 재산과 식량, 가축 등 닥치는 대로 약탈해갔다.

정부에서는 그런 피해를 막는 1차적 방법으로 숲을 제거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아름드리 나무들을 벌목해버렸다. 온 산은 민둥산이 되었으니, 그 청량한 숲은 수난을 겪을 수밖에.....

숲이 망가진 지 어느덧 70성상이 되어간다. 산림법이 강화되고 국민의식이 높아 지금은 산림녹화상태다. 수력발전, 풍력발전, 조력발전, 태양광, 연탄, 석유, 가스 등의 혜택은 물론, 건축물은 거의 서구식이므로 삼림은 더욱 보존될 것이다.

예부터 숲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큰 역할을 담당해왔다. 잘 가꾸어진 숲에서 목재를 취하여 궁궐, 사찰, 공공건물, 서원, 사당, 제각, 가정집, 축사 등 수없이 많은 목조건물을 짓는 목재로 사용했다. 그 집에서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았으며, 굽은 나무를 베고 빽빽한 나무는 간벌을 하여 주 연료로 사용했다.

울창한 숲은 풍요롭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하며 사람의 심성과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주는 효과를 나타내 주고 있다. 항상 어머니의 품속 같은 숲은 우리의 몸을 치유하는 성분이 있어 더욱 좋다.

숲을 찾는 휴양객 대부분이 복잡한 도시생활로부터 탈출하여 삼림욕으로 건강을 되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숲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세계에서 단일 생명체로서 가장 큰 몸집을 가진 나무가 있다는 뉴스를 본 적 있다. 미국 켈리포니아주 세쿼이아 국립공원에 있는 삼나무로 수령은 약 3천년이며, 키가 84미터나 되고 둘레는 31미터나 된다. 껍질 두께만도 61cm나 된다. 뿌리를 포함한 무게는 무려 2천 톤이며, 약 50억 개의 성냥개비를 만들 수 있는 부피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정말 자랑스러운 나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누구나 자연의 섭리를 지키며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만은 그렇지 못하다. 인간은 저만의 이익과 편리를 위해 자연을 마음대로 부려왔다. 그 결과 이상기온, 산성비, 오존층의 파괴 등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대로 계속 간다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참혹한 재앙이 따를 뿐이다.

이 지구의 허파역할을 하는 숲은 인간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많은 서정과 휴식과 위로를 주는 숲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구다. 우리네 친구인 숲이 늘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찌나 혼자만의 바람일 것인가.

고재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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