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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기부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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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기부천사들
  • 전민일보
  • 승인 2021.03.1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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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황량한 벌판 그 어디인가에 숨어 있는 오아시스때문일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 사회가 아름다운 것도 어딘가에 숨어서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는 기부천사들 때문일 것이다.

정부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국민추천포상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는 숨은 기부천사들을 찾아서 포상했다.

한마디로 나눔의 기부 천사들은 일체유심조였다. 지위가 높거나 부자도 아닌 성직자, 위안부 할머니, 소금 장수, 운전기사, 무료 국숫집 주인, 주부 등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평범한 서민들이었다.

직업과 성별, 학력과 출신이 달랐지만 하나같이 환하게 웃는 얼굴에서 행복의 바이러스가 넘쳐흘렀다.

그들의 생애를 들여다보면 한 편의 감동 드라마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예컨대 수단의 슈바이처로 추앙받는 고 이태석 신부는 기아와 질병으로 시달리는 수단 톤즈에서 성직자와 의사로 헌신하다 대장암으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다큐 영화 ‘울지마 톤즈’로 꾸며진 그의 생애는 국민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의 도가니였다.

인간 소금으로 불리는 강경환 씨는 13살 때 지뢰 사고로 양손을 잃은 일급 장애인으로 건강한 사람도 해내기 힘든 염전을 혼자서 일궜다. 연간수입의 10%를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돕기 등 나눔에 앞장서는 사랑을 팔고, 여관을 꾸려서 번 돈을 충남대학교에 맡긴 여장부였다.

수많은 대학생이 장학금 혜택을 누렸다. 그 아름다운 선행과 삶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등재되어 기부문화를 선도하는 아름다운 천사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황금자 할머니는 노환으로 오히려 자신이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였다. 식모살이로 궁핍하게 살아오면서 폐지와 빈 병을 모은 돈을 서울 강서구장학회에 쾌척한 애국자였다. 이때문에 강서구 직원과 주민들 사이에는 기부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나라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는 황 할머니 모습에서 구국의 일념으로 스러져 간 유관순 열사의 환영을 보았다.

그 밖에도 나눔의 기부천사들도 많았다. 보따리 장사와 폐지 판매로 평생 모은 돈을 대학교육 발전을 위해 기부한 길분예 할머니, 무료급식소인 민들레국수집을 운영해서 매일 400명의 노숙자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서영남 씨, 평생 모은 재산을 국가와 사회에 모두 기부하여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김용철, 조천식 두 할아버지도 나눔의 천사였다.

30년 동안 불우아동과 독거노인을 돌보며 자원봉사의 여왕으로 불리는 노금자씨, 전국을 돌며 노인들에게 안경을 맞춰 주는 박종율, 안효숙 부부, 일본 위안부 피해자로 힘들게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기부한 이옥선 할머니도 숨은 기부천사였다. 평생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을 돕는 정상모 씨, 아프리카와 몽골 등 국내외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김태옥 씨도 기부 천사 반열에 올랐다.

간호사로 근무하며 쪽방촌 환자를 내가족처럼 돌봤던 유옥진 씨,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장학금과 기숙사를 제공하고 재소자 교화에 힘 써온 조성부 스님도 기부문화를 실천했다. 검소한 생활로 모은 수억 원을 기부한 하충식 병원장, 일식집을 운영하며 번 돈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주방보조 출신 배정철 씨 등도 나눔과 기부문화를 선도하는 천사였다.

해마다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 수천만원씩 남몰래 가져다 놓는 얼굴 없는 천사도 있다. 그런 분들은 사막에 숨겨진 오아시스처럼 나눔의 숨은 기부 천사로 영원히 남겨 두는 게 더 아름다울 성싶다.

국민이 추천한 숨은 기부천사 찾기는 나눔의 문화를 사회에 확산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국민과 숨은 영웅들에게 희망과 용기도 함께 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뒀다. 지금까지 훈장과 포장은 힘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쯤으로 인식되었다.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 온 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조선시대에도 고을수령이 바뀔 때마다 오늘날 훈장과 포장을 남발하듯 백성들을 몰아세워 마구잡이로 송덕비를 세웠다. 그러나 고을 수령들이 떠난 뒤, 오물세례를 받거나 거리에 내동댕이치는 송덕비가 비일비재했다.

오죽하면 백성들이 탐관오리로 유명했던 과천 현감의 송덕비에 ‘오늘에서야 이 도둑을 보내노라’고 포복절도할 비문을 새겼을까.

선조 때 아산 현감을 지낸 이지함은 백성들이 스스로 거지들을 보살피는 걸인청을 세운 공적을 기리고자 영모비를 세워서 후세에 본보기가 되고 있다.

나눔의 숨은 기부천사 찾기는 지속해서 추진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판쳤던 토호 세력과 부도덕한 관리들의 송덕비 세우기의 전철을 밟는 일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나눔을 실천하는 숨은 기부천사의 생애에 누가 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정길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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