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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묻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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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묻는 질문들
  • 전민일보
  • 승인 2020.12.30 09: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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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문다.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 또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지나간 시절 뭘 했는지 과거를 더듬어도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세월에 묻혀 수동적으로 살아온 탓이다.

우리는 지금 차가운 겨울바람 앞에 서서 참담한 심정으로 한 해가 기우는 것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인간이 시간이란 무생물에 매듭을 지어놓은 달력은 이렇게 한 해를 마감하지만 우리의 회한(悔恨)에는 매듭이 없다.

다시 떠올리게 될까 두려운 최악의 한 해 2020년. 전 세계를 뒤흔든 전대미문의 코로나19는 우리의 생활방식에 변화를 요구하며 국민의 삶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4·15총선으로 탄생한 180석 거대 여당의 질주로 국회는 어느 때보다 소란스러웠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도 1년 내내 사회를 달궜다.

치솟는 집값과 극심한 전세난으로 올해도 내집 마련의 꿈은 더욱 멀어졌다. 이 와중에 우리와의 합의와 신뢰를 깨고 북한은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서해상에서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사살해 남북관계는 더욱 얼어붙었다. 비서 성추행 의혹으로 수사받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돌연 극단적 선택을 해 충격을 안겨줬다. 또한 올여름 역대급 장맛비에 대한민국 전역이 물에 잠겨 국민들에게 큰 시름을 안겼다.

한시도 바람 잘 날 없는 세상. 생로병사부터 개인적인 문제들까지 살아간다는 건 온갖 것들과 끊임없이 부딪치는 일이다. 아프고 늙고 죽는 문제들만 아니라 진학·취업·결혼 같은 삶의 경로에서 우리는 항시 마찰을 빚으며 살아간다.

한 해가 저무는 길목에 서면 누구나 한 번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을 생각해 보게 본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진정 내가 원했던 것인가.

내 인생을 위해서 뭘 하고 있는가? 때론 존재론적 질문과 함께 돌아올 수 없는 과거에 집착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저런 사색 끝에 인생이 허무하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아니, 우울함보다는 공허감이 더 크다. 이는 세상을 잘 못 살아온 탓이리라.

인생은 윷말을 쓰는 것과 같다. 지름길인 듯하여 길을 잘못 들면 죽기도 하고, 돌아가도 안전한 길이 있다. 잘 나가다가도 어느 순간 보면 잡히는 위치에 와 있고, 어쩌다 윷말을 업고 가면 의외로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인생에 정답이 있는가? 물론 정답은 있다. 그러나 그 정답이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답이라는 보장은 없다. 인생에 지름길은 있는가? 당연히 지름길이 있다. 그러나 그 지름길 역시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길이 아닐 수 있다.

누구는 인생은 확률이라고 했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 좋은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 자동차 사고에 당할 확률, 좋은 직장에 취업할 확률 등등, 인간은 그야말로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확률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톨스토이는 그 누구보다 인생에 대해 고뇌를 많이 한 사람이다. 그는 “모든 새는 항상 둥지를 어디에 틀어야 할지 알고 있다.”고 했다. 둥지를 어디에 어떻게 틀어야 할지 알고 있다는 것은 삶의 목적을 알고 있다는 말이다.

모든 창조물 가운데 가장 지혜롭다는 인간은 왜 새들도 알고 있는 인생의 목적을 알지 못할까? 어쩌면 삶의 지혜는 간단한지도 모른다.

다만 사람들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고 알아도 잘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렵게 느낄 뿐이다.

인생을 비유하는 표현들은 다양하다. 기독교는 ‘잠깐 있다 없어지는 안개’로, 불교는 ‘한 조각 뜬구름’으로 표현한다. 테레사 수녀는 “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이다.”라고 표현했다.

인생에 대한 질문 중 어떤 것들은 실상 큰 의미가 없는 것들이 있다. 겉보기에는 꽤나 깊이가 있어 보여도 그렇다. 대표적으로 ‘왜 사는가’라는 질문이 그에 해당한다.

인생은 무엇이라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무한한 도전의 연속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인생은 희망이고 기쁨이고 행복이다. 또한 인생은 만남이다. 인생은 운명이고 선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생은 사랑이고 돈이다. 돈에 울고 웃고 돈에 죽는다. 그래서 인생은 슬픔이고 결국은 죽음이 우리의 뇌리에 똬리를 틀고 있다.

올 한 해 내 인생의 결산보고서는 어땠는가. 초라하기 그지없고 신고한 삶이었다. 언제나 마이너스 인생이었다.

그렇다면 한 해를 매듭짓고 동시에 다가올 또한 해를 설계하는 시점에서 삶에게 묻는다. 어떻게 살아야 옳은 삶이고, 어떻게 살아야 플러스 인생이 되느냐고….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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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규짱 2020-12-31 07:09:37
너무 옳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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