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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이고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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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이고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 이재봉 기자
  • 승인 2020.12.14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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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미술관, 창작공간 입주작가 결과발표회...20일까지 유시라 작가 전시회
‘Who, Where, Why?’ 라는 부제 통해 인생과 삶에 관한 철학적 진실 담아

2020 교동미술관 창작공간(레지던시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참여한 유시라 작가(하반기 입주작가)의 결과발표 전시회가 오는 20까지 진행된다.

교동미술관 본관 2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레지던시의 가장 핵심이 되는 프로그램으로 입주 기간 동안의 작업 진행 및 성과를 미술계 관계자 및 일반인들에게 공개해 입주 작가들의 작업을 국내외에 널리 홍보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마련됐다.

유시라 작가의 '그것을 묶음으로 : Who, Where, Why?'는 탄생과 죽음의 순간을 ‘묶음’의 행위로 담아내었던 지난 제 3회 개인전 '그것을 묶음으로 : Birth-Death'의 연장선상에 있다. 

어떤 이는 태어난 누군가를 위해 고추, 숯, 솔잎 등을 새끼줄에 끼워 문이나 길 어귀에 묶는다. 또 어떤 이는 죽은 누군가를 위해 장례식을 열고 수의를 입힌 뒤 염포로 묶어 입관식을 치른다. 

언제 어떻게 생겨 난지 모르는 이 관행 속에서 우리는 그것을 묶음으로 탄생의 시작을 축복하며 기쁨을 채워가기도, 죽음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슬픔을 비워가기도 한다.

전혀 다른 의미의 절차 안에서 분명히 느낄 수 있는 공통점은 모든 생명은 고귀하다는 점 그리고 누군가를 위한 관행이지만 그 행위를 통해 위로와 위안을 얻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Who, Where, Why?’ 라는 부제를 통해 탄생과 죽음 그 생(生) 사이에서 ‘우리는 누구이고, 지금 어디쯤 와 있으며, 그것을 느끼고 생각하는 순간이 왜 오는 것인가’ 라는 물음을 던져본다.

작가는 닥 줄기를 사용한 매듭과 묶음 시리즈는 인생과 삶에 관한 철학적 진실을 담고 있다. 작가는 닥 줄기를 묶고 매듭을 짓는 행위를 통해 기억과 추억을 여러 띠로 엮으면서 유기적으로 매듭 하나하나의 단편적인 기억이 모아져서 하나의 서사가 구성되고 그러한 기억이 환기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닥 줄기를 손으로 매만져 묶음을 중심으로 줄과 끈이 인간사와 어떻게 연결되어 소통하고 우리가 어떻게 교감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들과 함께 우리의 감각과 지각을 가동시키고자 매듭과 묶음 기법을 최대한 극대화시킨다. 

조형적으로, 거칠고 질박한 갈라지고 터진 부위가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은 리듬과 운율과 상통하고 화면은 마치 옵아트처럼 미세하게 여울지거나 일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저 단순히 추상적 오브제로 앵포르멜로 분류 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반복적으로 매듭짓고 묶는 행위 안에 많은 시간과 노동이 전제된 느림의 미학을 전제로 닥 줄기에서 자연스럽게 취득되어지는 질감과 양감, 굵기와 중첩의 정도에 따라 복잡함 속에 미묘한 패턴이 구성되는 일종의 설치작업과 개념미술의 내면화가 내포되어 있다. 

닥 줄기 다발을 여러 끈으로 연결한 이미지는 느슨한 겹침과 밀착과 꼬임과 크고 작은 매듭이 물리적 구성에 의해 엄숙한 행위가 드러나는데 인간의 탄생과 죽음을 비롯하여 삶의 전 과정을 비유하고 상징한다. 

풀어지고 헤쳐지고 다시 뭉치는 매듭과 묶음의 독특한 기법을 통해 인생의 기쁨과 슬픔 등 삶을 반추하는 그의 작업은 우주와 자연, 일상과 사회, 사건과 사고, 가상과 실재, 우연과 필연, 욕망과 상상력, 유희와 놀이, 자기반성적 사유의 과정 등 세상을 구성하는 사물들의 겉모습 너머에 있는 존재의 특별함을 드러내기 위한 행위로 볼 수 있다.

아울러 매듭과 묶음은 시간에 대한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공간적 인식과 이들 간의 갈등과 충돌, 교감과 조화라는 동시대인들의 삶에 대한 공통적인 자각을 불러일으킨다.  

김선태 미술평론가는"노동이 수반된 시간의 축적과 현존성이 녹아들어 시간과 공간의 계기에 의한 인간 존재의 현존성이 작업 행위를 통해 여러 다발의 자취로 남는다. 닥 줄기의 뭉치고 풀어 헤쳐지는 모습은 마치 인생살이의 현실과 꿈의 세계가 넘나들며 관계하는 모습 같다"면서 "이 대립적 관계들이 화해하는 일련의 과정은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모호한 형태로 그 속에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연결되는 시공을 초월하는 메시지가 강하게 어필해 있다. 닥 줄기 작업을 통해 동시대인들이 몸소 체험한 일상이자 기억과 정서적인 울림을 관람자와 상호 교감하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전북대 대학원 미술학과 박사과정 재학중인 유시라 작가는 지난 2015년 자신의 첫 번째 개인전'곡선, 감성을 담다' 이후 다양한 초대전.단체전에 참여했으며 지난 2017년  I-A-M 아트 베를린 나우 레지던시에 이어 올해 교동미술관 Gyodong Art 레지던 등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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