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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힘들었던 한해 신명난 소리판으로 마무리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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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힘들었던 한해 신명난 소리판으로 마무리 하자
  • 이재봉 기자
  • 승인 2020.12.14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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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문화재단, 15일부터 19일까지'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 공연
15일 안숙선 명창 첫무대...16일 전정민 명창-17일 이난초 명창
18일 송순섭 명찰'박보술제 적벽가', 19일 김일구 명창 강산제 심청가

코로나19로 유독 힘들었던 한해를 마무리 하고 새로운 2021년을 맞이하기 위해 신명난 소리판이 찾아온다.

우진문화재단은 오는 15일부터 19일까지 매일 저녁 7시(토요일은 오후 4시)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제30회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공연을 선보인다.

'판소리다섯바탕의 멋'은 소리의 본향 전주의 위상을 지켜낸 무대다. 해마다 다섯명의 최고의 명창들이 5일간 혼신을 다해 소리판을 열고 전주의 소문난 귀명창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객석을 채워준다.

올해는 소리판을 처음 열었던 초심을 기억하기 위해 김일구, 송순섭, 안숙선, 이난초, 전정민 등 원로 명창들이 출연해 각자 소리도 다르고 유파도 다르지만 다양한 바디의 소리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먼저 15일 첫 무대를 장식할 소리꾼은 안숙선 명창이다. 

안 명창은 이날 김소희제 춘향가 중 옥중대목 쑥대머리부터 끝까지 부르며 조용수 고수와 호흡을 맞춘다.

춘향가는 전라도 남원의 퇴기 월매의 딸 춘향이 그 고을 부사의 아들 이몽룡과 백년 가약을 맺었으나 부사가 내직으로 부임하는 바람에 후일을 기약하고 이별하였는데, 춘향이 신임사또의 수청을 거역한 죄로 옥에 갇히자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사또의 폭정을 규탄하고 둘은 행복을 되찾는다는 이야기를 판소리로 짠 것이다.

춘향가가 최초로 나온 문헌은 영조30년‘만화본 춘향가’이며 춘향가를 잘 부른 역대명창으로는 판소리의 가왕으로 뽑는 송흥록을 위시해서 가객치고 즐겨부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안숙선의 춘향가는 만정 김소희로부터 이어지는 바탕이다.

안 명창은 김소희 명창에게 소리만 배운게 아니라 판소리와 소리꾼의 운명을 계승했다. 

김소희제 춘향가의 특징은 어느 유파보다 춘향가의 비극적 상황이 두드러지고 대미의 해소가 극적이라는 점이다.

정정렬 바디를 계승한 김소희는 정정렬제에는 없는‘쑥대머리’를 첨가했다. 신재효 창본에 등장하고 김세종이 불렀던 쑥대머리를 첨가함으로써 명창의 더늠을 계승하면서 춘향의 비극적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또 다른 유파가 부르는‘옥중몽유’대목이 없다. 춘향이 허구적 상황을 통해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낙관적 부분을 차단한 것이다. 

16일에는 박초월제 수궁가 소리에 전정민 명창이 나선다. 전 명창은 이날 수궁가 초입부터 산신제 지내는 대목까지 부르며 홍성기 고수가 함께한다.

수궁가는 진실하고 충성스럽고 정직함이 점점 희미해지는 사회와 속고 속이는 인간세태를 동물의 세계에 빗대어 인간성의 결여를 재미있고 우스운 익살로 풍자하며 왕과 신하간의 충(忠)과 토끼의 기지(機智)를 주제로 삼고 있는 판소리 5마당 가운데 하나다.

고구려 귀토지설(龜兎之說) 설화가 설화문학으로 정착되거나 구비설화로 구전되다가 오늘과 같은 수궁가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 것은 19세기 중엽 무렵 신재효의 토별가(兎鼈歌) 사설 개작 이후의 이다.

전 명창의 수궁가는 송흥록 명창에서 비롯되는 동편제 소리이며 유성준을 거쳐 박초월 바디로 전승되고 있다. 판소리를 가리켜 ‘수리성의 미학’이라고도 하는데, 전정민은 멋스러운 너름새와 또렷한 가사전달, 편안하게 판소리 한바탕을 타고난 수리성으로 이끌어내는 매력을 가졌다.

또한 계면조의 애원성과 방울목으로 한시대를 풍미한 미산 박초월 명창의 수궁가를 회상하며 감상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7일에는 이난초 명창의 강도근 바디 홍보가를 감상할 수 있다.

이 명창은 이날 흥부가 초앞부터 첫번째 타는 대목까지 부르며 이태백 고수와 호흡을 맞춘다.

이난초 명창은 해남출신으로 목포에서 김상용 선생으로부터 소리공부를 시작했다. 1980년대 남원에서 동편제의 대가인 강도근 명창을 만나 '흥보가'를 비롯해 판소리 다섯 바탕을 모두 사사했다. 

이 명창의 소리는 사설의 이면과 형용 동작을 정확하게 소리로 표현하며 수십 년 간의 수련을 통해 얻어진 다양한 기교들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동편제의 거장이란 말에 걸맞게 '집터 잡는 대목' 에서는 시원한 우조 소리로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다른 바디와 달리 '제비노정기'가 자진모리 장단으로 되어 콩 튀기듯 장단을 가지고 노는 대목이 가장 매력적이다.

'두손합장'같은 계면 소리 또한 풍부한 성음과 절제된 감정표현으로 신금을 울리고 박타는 대목 에서는 시원한 통성과 맛깔스런 재담 섞인 아니리 또 한 일품이다. 이난초명창의 소리는 득음에 경지에 오른 소리꾼의 면모를 잘 나타내고 있다. 

18일에는 송순섭 명창이 박보술제 적벽가를 들고 나온다.

송 명창은 이날 군사 싸움타령에서 부터 장승타령까지 선보이며 박근영 고수와 함께한다.

적벽가는 ‘삼국지연의’의 적벽대전 부분을 판소리화한 작품으로 고사성어 등 한문학적 요소가 많아 사설이 어렵고 지난한 전투장면이 많아 씩씩한 우조를 특징으로하는 동편제 정서와 잘 맞는다.

동편제 적벽가는 송흥록-송광록-송우룡으로 이어지다 송만갑, 유성준, 정응민 조학진제로 나뉘었다. 송순섭의 적벽가는 송만갑-박봉래-박봉술로 이어진 소리다.

원래 송만갑의 적벽가에는 ‘삼고초려’대목이 없었지만 박봉술이 김채만제에서 따왔다. 흔히 박봉술의 소리는 ‘분명한 소릿길과 남성적인 건축’으로 평가되는데 이 정신을 올곧게 이은 이가 송순섭 명창이다.

송 명창은 이른 나이에 목이 꺾이는 불행을 겪었으나 초인적 독공으로 자신의 소릿길을 개척했으며 치명적인 병마와 싸워 마침내 중요무형문화재에 지정되는 업적을 이뤘다. 

마지막 무대인 19일에는 김일구 명창의 강산제 심청가다.

김 명창은 이날 심청가의 배의밤이 대목부터 끝까지 부를 예정이며 조용안 고수와 함께한다.

김일구명창의 심청가는 박유전-정재근-정응민으로 내려요는 심청가인데 박유전의 호가 강산이었기에 강산제 심청가라 부른다. 김일구 명창은 박봉술의 제자로 적벽가의 전수조교로 지정됐지만 심청가만은 보성소리를 이어받은 장영찬에게 배웠기 때문에 강산제 심청가를 하고 있다.

심청가는 효녀 심청이 눈 먼 아버지를 위해 공양미 삼백 석에 자신의 목숨을 바쳤으나, 효성에 감동한 용왕의 도움으로 환생하여 황후가 되고 마침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한다는 내용이다.

슬픈 계면조의 소리가 주조를 이룬다. 힘과 기교를 겸비한 김일구명창의 소리를 유감없이 감상할 수 있다. 

우진문화재단 관계자는"판소리 다섯바탕의 멋은 매년 4월이면 최고의 다섯분의 명창들이 5일간 혼신을 다해 소리만을 열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공연을 진행하게 됐다"면서 "올해는 소리판의 초심을 지키기 위해 원로명창들의 무대를 마련해 코로나로 유난했던 2020년을 장식하게 됐다"고 이번 공연을 소개했다.

제30회 판소리다섯바탕의 멋의 공연은 무료(선착순 80명)로 진행되며 문화통신사와 문화N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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