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孝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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孝핑
  • 전민일보
  • 승인 2020.06.10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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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고약하기 짝이 없는 역병(疫病)이다. 인정사정 가리지도 않고, 잠시도 빈틈을 주지 않는다. 심지어는 노인들에게 어버이날 하루를 즐길 짬도 주지 않는다.

해마다 어버이날이면 우리 부부는 서울로 가서 아들딸과 손자손녀들이랑 어울려 즐거운 잔치를 열곤 했었다. 5월 12일이 아내의 생일이기에 어버이날과 함께 묶어서 축하자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우리 부부가 서울로 가지 못했고, 서울에 사는 아들딸도 전주로 오지 못했다. 그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해코지를 못하는 스마트폰으로 가끔 소식을 주고받으면서 코로나19가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어버이날이 다가오자 아들딸들은 홈쇼핑에서 선물을 사서 우리에게 보내 주었다.

서울에 사는 큰아들은 며칠 전 묵은지닭도리탕을 택배로 보내주었는데, 바로 전주에서 보내준 듯 밥도 탕도 따뜻하여 직접 그 식당에서 먹는 것 같았다. 또 큰며느리는 싱싱한 주꾸미와 우럭, 닭갈비, 갈비곰탕을 보내주었다.

그래서 우리 식탁은 요즘 날마다 진수성찬이다. 또 서울에 사는 고명딸은 수박, 닭갈비, 오트밀, 만두 등 스무 가지의 먹거리를 보내주었다. 게다가 엄마에게 두둑한 용돈까지 보내주어 아내를 행복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 사는 작은아들은 서울에 사는 제 처가댁에 부탁하여 전복뚝배기 8개와 대전 성심당 빵을 보내주었다. 요즘 우리 집 냉장고는 아들딸이 보내준 먹거리 때문에 배불뚝이가 되었다.

이처럼 어버이날 무렵에 홈쇼핑으로 먹거리를 사서 보내주는 게 요즘엔 ‘孝핑’이라고 한다던가? 이 ‘효핑’ 덕분에 집에 가만히 앉아서 전국 맛집 순례를 하고 있으니 행복하기 이를 데 없다.

노부모를 요양원에 모신 아들딸들은 매주 한두번씩 면회를 가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어버이날엔 마음대로 면회를 할 수 없었다. 텔레비전 뉴스를 보니 노부모와 자녀들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유리벽상봉’을 한다고 소개했다. 또 어떤 이들은 스마트폰 화상통화로 안부를 확인하는 눈물겨운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것도 코로나19를 이겨내려는 생활 속 거리 두기 영향이구나 싶어 안타까웠다.

생활 속 거리 두기 때문에 요즘엔 택배회사들이 번성하고 있다. 날마다 택배회사 차량들이 줄지어 아파트단지를 드나들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생활방역을 해야 하기에 생활 속 거리 두기를 강조하지만 비록 거리를 두더라도 마음만은 더 가까이하라고 권하지 않던가?

가정의 달 5월이 되자 날씨는 여름에 가깝다. 한낮에는 날씨가 섭씨 30도를 오르내린다. 이제 묵직한 겨울옷을 벗어버리고 가벼운 여름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것 같다.

한때 내 반팔 티셔츠가 18개나 되었던 적이 있었다. 해마다 어버이날이면 아들딸들이 축하선물로 반팔 티셔츠를 사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 뒤로는 티셔츠가 들어오지 않는다. 이제는 내가 직접 반팔 티셔츠를 사 입어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의 방식을 많이 바꾸어 주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바뀌었고, 얼굴을 마주보지 않고 필요한 수요를 충족하는 경제활동 방식인 ‘언택트 경제(Untact Economy)’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온라인강의와 종교 활동, 쇼핑, 금융 등 여러 분야의 디지털 전환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데이터의 신속한 이동이 요구되면서 ‘5G’ 기술투자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5G는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등 다양한 첨단산업에 변화를 주고, 첨단기술이 이동기술과 결합하면서 최근 모빌리티(Mobility)분야에서도 빠르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사는 작은아들은 퀄컴사에 근무하고 있는데 지금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재택근무 기간이 5월말까지로 더 늘어났다고 한다.

회사에서 승인받은 비밀번호를 회사컴퓨터에 접속하면 평상시와 똑같은 근무환경에서 작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아이들은 각자 자기 방에서 학교 동영상 강의를 듣고 있고 코로나19가 우리네 삶의 방식을 이렇게 바꾸고 있다. 그동안 백화점과 마트에서 쇼핑하던 사람들은 점차 온라인 쇼핑으로 방향을 바꾸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금도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지만 오래지 않아 그 역병은 우리 곁을 떠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가 사라져도 우리네 생활은 옛날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고 새로운 질서에 순응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편리한 삶의 방식을 일깨워주고 우리 곁을 떠날 터이니 말이다.

김학 수필가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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