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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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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쓴다는 것
  • 전민일보
  • 승인 2020.04.29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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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간에 적힌 몇 글자가 천년을 넘게 땅속에 남아 역사가 되었던 시절은 이제 종말을 고하고 있다. 편집되고 가공된 그저 그런 얘기들과 넘쳐나는 가짜뉴스들로 정보는 어느덧 공해가 되어가고 있다.

세 살부터 책을 읽었다는 신동에 관한 얘기도 이제 머나먼 옛 이야기 속에나 존재하게 되었다. 지난 해 나는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모를 따라 식당에 온 아이는 이제 겨우 돌이나 지났을까. 유아용 식탁에 앉아있는 아이 손이 스마트폰에 닿아 있었다. 그것은 그림책을 넘기던 아이의 움직임 그대로였다. 세상은 그렇게 변했다.

어윈 쇼의 <젊은 사자들>을 종이 책이 아닌 디지털로 치환해 화면을 통해 읽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도저히 그럴 자신이 없다. 전자책과 오디오 북은 내겐 여전히 낯설다.

그것은 어쩌면 무성영화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던 찰리 채플린의 운명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세상에서 도태되어 가는 것인가.

어느덧 지면에 나간 내 글이 530여 편이 되었다. 전민일보를 비롯한 신문, 문예지, 소식지 등 다양한 지면을 통해서다. 그동안 내 글에 대한 다양하고 소중한 말씀도 들을 수 있었다.

그 중엔 책을 내보면 어떻겠는가라는 말씀도 포함된다. 감사한 마음과 내 마음 속 소망에도 불구하고 망설였던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내 글이 과연 책으로 엮어 나올 만큼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나온 책은 과연 누가 읽을 것인가. 잡문에 불과한 글로써 독자들에게 괜한 혼란만 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감히 책을 발간하기로 한 데는 중부(仲父)이신 장두원 님의 격려와 지원 때문이다. KBS 전주총국장과 보도본부 주간을 역임하신 중부님은 존경받는 원로 언론인이시다.

부끄럽지만 내가 그것을 확인하게 된 것은 세월이 한 참 지난 후의 일이다.

1980년 5월이 지나고 어느 날 중부께서 해직이 되셨다. 나는 그때 그분이 왜 KBS를 떠나야 했는지에 대해 알지 못했다. 나는 그 사실이 세상 사람들에게 왠지 부끄러웠다.

정의사회를 구현한다는 5공화국에서 해직된 기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정의롭지 못하거나 능력이 없어서 언론계를 떠나야 했던 기자’

1980년 5월 살육이 벌어지던 광주의 소식은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신문사와 방송국엔 계엄군과 보안사 요원들이 진주해 보도와 관련된 모든 것을 검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부님도 그 자리에 계셨다. 그리고 국민과 역사를 위한 결단을 내렸다. 군부의 살벌한 위압을 이겨내고 광주의 참상을 국민에게 알린 것이다. 해직은 물론 고문과 생명의 위협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행한 참 언론인의 모습이었다.

그분이 KBS를 떠나야 했던 이유였다. 진정한 앎과 용기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신 것이다. 그것은 일유제 장태수 선생과 일송 장현식 선생께서 보여주신 애국과 책임의 정신을 후대로서 계승한 일이기도 하다.

평온한 시대, 어쭙잖은 말과 글로 정의를 외치는 나와 같은 부류와 어찌 감히 비교할 수 있겠는가. 내가 조심, 조심 그리고 또 조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중부께서 내 부족한 글을 읽고 매번 격려와 답글을 주셨다. 너무도 부족한 내가 감히 책을 발간하기로 결심한 것도 그분의 격려와 지원때문이다.

책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할까. 530여 편의 글 중에서 77편을 우선 담기로 했다. 그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글은 2009년 전민일보에 처음 게재한 ‘사실과 진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기 얼마 전 작성한 그 글은 현학적이고 어렵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그럼에도 내겐 여전히 부끄럽지 않은 글로 남아있다. 과연 세상에 모습을 보일 내 책은 어떤 모습일까.

그 결과의 양상이 어떠할지라도 감사해야 할 분들이 있다. 추천의 글을 써준 김철웅 언론중재위원회 감사, 축하의 글을 써준 강진구 경향신문노동탐사전문기자, 그리고 김성도 전민일보 전 편집국장과 전민일보 모든 임직원 여러분이 그렇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내 글을 읽어준 전민일보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장상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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