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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위기와 전략적 정책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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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위기와 전략적 정책결정
  • 전민일보
  • 승인 2020.03.25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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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이후 최초의 범유행병(pandemic)으로 지구 공동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상황을 전쟁처럼 느끼고 있다.

어느나라든 지도자의 역량이 시험받고 있다. 위기상황에서는 정치가 뒷전으로 물러나고 사람들은 위기극복을 위해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친다. 기대에 부응하는 리더십이 발휘되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위기관리에서는 단기적인 상황관리도 중요하지만, 전략적인 방향설정이 더 중요하다. 전쟁에서 운이 좋은 쪽이 이기기도 하지만, 결국은 전략이 승패를 좌우한다. 선제적으로 앞으로 올 일을 미리 대비해 중요한 길목을 챙겨야 한다.

위기상황에서 정책결정을 내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목표들에 우선순위를 매겨 순차적으로 실행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외환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그래야 그다음으로 국내 기업들을 살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감염병으로 초래된 이번 위기에서는 당연히 먼저 방역에 온 힘을 집중해야 한다. 경제는 그 다음에 다루어야 할 문제다.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공통된 실수가 처음부터 경제와 방역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 것이다.

물론 초기에 정치외교적 요인도 작용했다. 대만과 홍콩은 중국과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고자 하는 밑바닥으로부터의 정치적 요구가 초기 봉쇄정책으로 나타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방역에 가장 성공한 사례가 되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초기에 전문가들의 권고를 무시라고 진원지인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사람들을 통제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일단 봉쇄가 뚫린 이후의 상황 전개는 그 사회의 시스템이 얼마나 갖추어졌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가 초기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나름대로 선방한 것은 그동안 바이러스 방역경험을 통해 갖추어진 시스템 덕분이다.

독일과 이탈리아 사망률의 차이도 시스템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의료시스템과 사회시스템이 함께 작용한다.

방역으로 여기저기가 봉쇄되고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어 경제활동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경제정책은 어떻게 펴나가야 하는가. 세계 각국은 금융을 완화하고 재정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들이 경기침체를 막을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의 상황은 수요만의 문제가 아니고, 수요와 공급 양쪽에 다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공급은 봉쇄가 풀리고 이동이 자유로워지지 않고는 개선될 수 없다.

일단은 위기로 인해 생존 자체가 힘든 사람들을 구제해야 한다.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긴급재난 지출정책들을 펴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기본소득 형태로 돈을 나누어 준다. 한국에서도 이에 대한 찬반논의가 있고, 아직은 반대가 우세한 것 같다.

필자의 생각을 말하자면, 갈수록 양극화가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것은 이번 사태가 아니더라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정책이다.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를 시험적으로 도입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다만 그동안 실패한 경제정책에서 보듯이 정책역량이 부족한 현정부가 이를 추진했을 때 생길 단기적인 부작용과 장기적인 악영향들이 우려되긴 한다.

다음으로 기업들을 살려야 한다. 생산의 주체인 기업들이 예기치 못한 일시적인 경제위축에 버텨나갈 수 있도록 금융이 제공되어야 한다. 금융기관들이 현재와 같은 사태에는 대비하지 못했으므로, 중앙은행을 포함한 정부가 기업에 직접 금융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까지 생각해봐야한다.

총수요 관리만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므로 전통적인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뛰어넘어 일시적으로 막힌 경제현장의 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봐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더 튼튼해졌다. 어떤 면에서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과 산업들은 위기가 지난 뒤에 다시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려면 위기이후까지 내다보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위기관리에 허둥대는 지구촌의 정부들에게 거기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채수찬 경제학자, 카이스트 교수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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