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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속성과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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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속성과 정치인
  • 전민일보
  • 승인 2020.03.1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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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개론서에는 ‘시는 자연의 모방’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문학도라면 반드시 탐구해야 할 연구의 도입의 과정이다.

정치학도들 역시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명언을 정치학개론에서 귀가 아프도록 들으며 그 사례들을 연구한다.

문학이 모방해야 할 대상으로서 자연을 제시한데 비해 정치학은 경계의 대상으로서의 교훈부터 배워야 한다. 정치학은 문학이나 철학보다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회과학이자 실천을 전제로 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의 ‘정치는 가치의 권위적인 배분 과정’이라는 정의로 정치의 속성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그의 정의에 적용하면 왕조시대의 제왕학도 이상적인 사회를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다. 즉 임금에게 주어진 권력을 이용해 공정하게 배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목적을 전제했다.

세종이나 정조 같은 현군(賢君)이나 연산군 같은 혼군(昏君)은‘권위’에 치우쳐 올바른 ‘배분과정’을 소홀히 했느냐, 아니면 충실했느냐에 의해 좌우된다.

십상시(十常侍)가 있듯, 나라를 말아먹은 조고와 위충현 같은 환관이 있듯 정치판에는 반드시 공익보다 사익을 위해 권력을 쫓는 주구(走狗)가 있다.

동서고금에 예외 없는 인간사의 실상이다보니 마키아벨리와 같은 『군주론』이 나타났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잡아야 하는 현실정치의 당위성이 정치학의 정론을 무시해도 좋다는 이론이다.

정치에는 윤리와 철학이 바탕을 이루기 때문에 믿음과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마키아벨리즘은 의리와 명분을 초월한다. 그런 현실정치의 이론을 선험적 정치에서 찾아내 ‘정치학을 천상에서 지상으로 끌어내렸다’는 근대 정치학의 시조로 추앙받는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정치권에서 나타난 말이 아니다. 1870년 교황 비오 9세가 교황 무류(無謬) 이론을 선포한 데서 비롯됐다.

교황은 절대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는 완전성을 선포하자 가톨릭 내부에서조차 비난이 일었다. 이에 영국의 역사가 달버그 액튼(Dalberg-Acton)경이 1887년에 맨델 크리튼(Mandell Creighton) 주교에게 비판의 글을 보냈다.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중세시대도 아닌 혁명의 시대에 교황이 자처한 절대 권력은 가톨릭 신자인 학자에 의해 인류사에 남을 명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동남아나 중남미의 독재 권력에 충성한 정치인, 독립군이 만주 벌판에서 온 몸을 던져 투쟁할 때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친일파, 권력의 맛에 길들여져 독재정권을 부추기던 이기붕과 자유당 위원들, 그들은 부패하는 권력의 속성을 알면서도 현실정치의 마키아벨리즘에 심취한 권력의 해바라기였다. 역사의 교훈보다 권력의 유혹에 길들여진 불나비였다.

공익의 윤리를 바탕으로 명분과 의리를 생명으로 하는 정치, 그 심오한 현장에서 처절하게 활동하는 정치인을 보며 새삼 호사유피(虎死留皮)가 생각난다.

행여 그보다 못한 인사악명 (人死惡名)의 불명예를 남기지 않을까 걱정되는 요즈음이다.

강기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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