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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길, 새로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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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길, 새로운 길
  • 전민일보
  • 승인 2020.01.06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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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계획을 세운다. 그것이 새해가 우리에게 준 특권이다.

‘이 전 것은 다 지나갔으니...’ 하면서 스스로 면죄부를 준다. 그런데 바로 전에 내가 세운 계획을 보면 도돌이표가 많다.

이럴 땐 머리가 나쁜 것이 다행이다. 우울감에 빠지지 않고 같은 계획을 세우면서도 계획이 이뤄진 것처럼 기뻐한다.

‘1년 전에 나는 어떤 계획을 세웠나?’

돌아보니 석사 논문을 끝낸 2019년 1월의 나는 새로운 계획을 많이 세웠다.

“#너, 하고 싶은 거 다해~”라고 스스로 말하면서 독서 60권도 모자라 월요 독서토론 <로마인이야기> 읽기를 시작하고, 전주시평생학습관의 목공교실도 등록하여 10차시를 채웠으며, 혼자 영화나 연극 보기, 분기별 가족여행, 유쾌한 인문학 참석하기, 칼럼쓰기, 티브로드 복지마당 뉴스진행하기, 만보 걷기, 매일 30분 정리하기 등의 계획을 세웠다.

물론 모두 다 달성한 것은 아니다.

매월 넷째 주 월요일 저녁에 토론하던 <로마인이야기> 함께 읽기는 5권까지 가다가 <목공 교실>과 시간이 겹쳐서 막을 내렸다. <매일 30분 정리하기>는 20%도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값진 교훈을 얻었으니 하루 30분 시간을 내어서 뭔가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 30분이 우선순위의 상위권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보 걷기>의 경우 5월에 한 달 이상 감기를 앓은 후 6월부터 시작했는데, 12월 31일까지 180일을 걸었다.

“운동”과 “다이어트”는 새해 모두가 세우는 계획 중 하나이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만보를 걸으려면 적어도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시간을 내서 걸어야 한다.

내가 이만큼이라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페이스북의 걷기 그룹에 날마다 걸음과 사진을 올렸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계획이었다면 언제인지 모르게 중단되었을 계획이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스스로 담금질하게 되었다.

독서도 마찬가지이다. 매주 토요일 아침에 모이는 독서토론 모임에 나가다 보니 1년에 52권은 그냥 읽을 수밖에 없다. 거기에서 100권, 200권씩 읽는 고수들을 만나면서 내 페이스를 조절하게 되었다.

이렇게 새로운 길은 6개월, 1년이 지나면서 꾸준한 길로 남기도 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도전”의 의미만 남기고 사라지기도 한다.

사회학자 이진경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없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긍정하기 어렵고, 무엇이든 해 보는 훈련과 시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강의를 들은 청중 중에 한 분이 질문했다.

“전 64세인데 아직도 꿈이 없다. 재주도 없다. 어떻게 남은 생을 살아야 할까?”

이진경 교수는 대답했다. “우리는 바깥에 눈을 줘 본 적이 없다. 어떤 일을 잘 하려면 그것이 오락이든 무엇이든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목표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며 무엇이든 길게 시도해 보시라”고.

우리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에 익숙한 삶을 살아왔다.

조금은 이탈하면서 새로운 것을 하다 보면 의외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작년에 도전해 본 <목공 교실>은 ‘꽝’이었다. 원래 손재주가 없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엉망인 줄은 몰랐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사람들이 왜 목공을 좋아하는지 알만 했다. 집중하는 그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땀 흘리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았다.

재도전 의사는 없지만 좋은 경험으로 남았다. 내게 맞는 것은 꾸준하게, 하고 싶은 것은 새롭게 도전하자. 준비된 자에게 인생은 ‘숙제가 아닌 축제’라니까.

구성은 전주시평생학습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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