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바벨탑을 만들어 하늘에 닿고자 했던 인간의 욕망은 신의 노여움으로 물거품이 됐다.
2000년이 흐른 지금 인류는 다시 하늘에 이르기 위해 500미터가 넘는 초고층 건물을 곳곳에 세우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2010년 이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부르즈 할리파로 829m 163층의 복합건축물이다.
2012년 전파탑으로 지어진 일본 도쿄 스카이트리는 634m, 다음은 2015년 완공된 중국 상하이 타워로 632m 128층이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아브라즈 알 바이트 타워 601m, 우리나라의 롯데월드타워 555m 123층 등이 있다.
납치 항공기 4대 중 2기가 충돌하면서 911테러로 붕괴된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는 첨탑포함 526m 110층짜리 쌍둥이 건물로 지어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건설된 138층 타워글라스에서 전기화재가 발생한 재난사고를 다룬 영화 ‘타워링’은 극한의 위기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인간의 욕심과 고조되는 위기 속에서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앵글에 담고 있다.
화재는 2시간 동안 관객들의 마음까지 태운다. “현대 소방기술로는 138층의 화재를 진압할 수가 없다. 그저 높이 짓기에만 골몰한 당신들에게 신이 내린 벌이다”고 말하는 소방대장 마이클(스티브 맥퀸)의 대사가 강렬하게 와 닿는다.
현대식 초고층 건축물은 ‘하늘에 닿는 집’이라는 뜻의 마천루(摩天樓, skyscraper)로 불리운다. 국내에서도 초고층 빌딩들이 지역의 랜드마크를 선점하면서 ‘마천루’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청라국제도시 ‘시티타워’는 448미터로 세계 6번째 높이이며, 2023년 준공을 목표로 11월 기공식을 가졌다.
문제는 이러한 초고층 건물들이 화재나 폭발, 지진 등 재난발생시 입주자 안전대피와 상황수습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초고층 건물은 거주자와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대형화재와 인명피해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타워링의 재난발생은 설계보다 규격미달의 배선을 사용해 과전압으로 인한 전기합선이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초고층 건축물이 시방서와 전문분야별 위험요인에 대한 메뉴얼을 완전하게 갖추고 있지 않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소방환경은 급속히 변화하는 초고층화에 대응할 전문장비와 인원, 관계자 교육훈련 등 현장대응능력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서울소방이 2018년 송파소방서에 배치한 세계 최고높이의 고가사다리차는 겨우 68m 22층 높이까지만 전개가 가능하다. 소방차에서 뿌린 물이 닿을 수 있는 유효방수압력은 15층 정도이다.
20층 이상 고층에서 불이 났을 경우 자체 설치된 소방시스템과 건물 내 피난안전구역을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소방청 초고층재난관리법에서는 5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200미터 이상인 건물을 초고층 건축물로 보고 피난안전구역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법은 사전재난 영향성 검토 협의, 재난예방 및 피해경감 계획, 종합재난 관리체제의 구축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포괄규정으로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어 관리주체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도시는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또 하나의 유산이다. 역사와 정체성이 살아있는 주체적이고 안전한 도시환경을 만들기에 나서야 되는 이유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에서 독점자본의 축적된 부와 끊임없는 인간욕망의 표출로 우후죽순 생겨나는 초고층 건물들이 미래 인류 생존환경에 위해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신중하게 고민해 볼 때이다. 정읍소방서 방호구조과 소방위 이광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