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길
본사논설주간
전주시는 그동안 ‘걷고 싶은 거리’도 만들었고 최근에는 ‘웨딩거리’를 만드는 등 전주시를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 그러나 꼭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아쉬움이 남는다.
세계 어디를 가도 그 도시마다 그 나름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다. 헐리우드에서 영화를 접하고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경제지표와 현대문화의 상징과 모순을 ,브라질 상웅파울루의 거리에서 삼바 춤의 자유 분망한 남미인 들의 기질을, 그리고 파리의 상젤리제의 쇼윈도에서 최신 유행을 본다.
빌딩이 들어섰다고 해서. 자동차가 많이 다닌다고 해서,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고해서 아름다운 도시가 결코 아니다. 도시에는 추억이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자기가 살던 도시를 떠났을 때 아무런 추억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 곳은 좋은 도시라 할 수가 없다.
도시는 마치 그리운 연인의 얼굴처럼 떨어져 있을수록 어떤 매력의 환상을 불러일으킬 수가 있어야 한다. 사색과 추억이 살기에 산문적이어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도시로 만들고자 하면 시민의 가치 설정과 맞먹는 상징성을 표현 해내는 다양한 구색을 갖춰야 한다.
편히 앉아서 쉴 수 있는 자그마한 녹색공간도 있고 커피숍에 들러 시 낭송과 문학 토론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곳이 있고 거리 어느 구석에서 흘러나오는 각설이 타령에 장단을 맞추기도 하며 쇼핑도 즐길 수가 있어야 한다.
서점에 들러 책 한권 가볍게 살 수 있는 거리가 있고 꿀물 같은 음악이 거리 어디에서나 흐르고 심미적으로 설계 된 상가의 예술적인 인테리어에 팔려 정신을 놓게 하는 아름다운 거리가 있어야 한다.
상가에 내놓은 꽃들이 흐드러지고 무명의 화가가 지나는 사람들을 붙들고 앉아 초상화를 그리는 것을 기웃거리다가 값싸고 맛이 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주제가 없이는 도시는 매력을 잃는다.
생기가 넘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고장에서 사는 사람들이 나서 거리에 옷을 입히고 화장을 해야 한다.
전주시 에서는 그동안 교동 일대의 한옥을 재생 시키고 있다. 아직은 전주를 상징할 만큼 독특한 매력이 있는 곳으로는 부족하지만 외지에서 찾아 온 손님들과 같이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는 곳으로 면모를 갖춰 나가고 있다. 여기다가 전라 감영이 되살아나고 그래서 과거와 현대의 거리를 접목시킨다면 전주는 자랑할 만 곳이 될 것이고 타지 사람뿐만이 아니고 외국사람들 까지 불러들일 수 있을 것이다.
도시는 매혹적인 지배력이 있어야 한다. 비단 전주뿐만이 아니고 익산이나 군산이나 전북을 대표할 만한 시들 역시 아름답다거나 매혹적인 도시가 못 된다. 로마나 파리처럼 디자인 돼야 한다.
돌 하나 거리하나를 정비를 하더라도 전문가들에게 맡겨서 조형물 하나를 설치하는데도 다시 뜯어 고치는 일이 없도록 완벽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잘못 손을 대면 천박한 도시가 될 뿐이다.
도시에는 많은 집들이 있다. 많은 상점과 불빛과 거리와 많은 사람들이 있다. 도시는 침묵으로 속이고 종순(從 順)한 사물로 사기 한다. 그러나 도시는 인간을 세련 화 시키는 틀이다.
우리가 사는 도시를 잘 가꾸어 놓으면 해 묵을수록 돈도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광산업은 역사와 조상과 그들이 먹고 입고 잔 생활문화를 팔아먹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공장유치를 하는데 기를 안 써도 도시의 매력 하나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먹고 살수가 있도록 하는 것 또한 현재에 사는 우리가 해놓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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