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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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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못 살아
  • 전민일보
  • 승인 2019.10.02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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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유행했던 정치구호가 생각난다.

'뭉치면 살고 헤치면 죽는다.'는 말인데, 당시 대통령 이승만 씨가 자주 썼던 것으로 기억된다.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다.

개코원숭이가 어슬렁어슬렁 초원을 걷고 있다. 낮잠을 자던 어린 암사자가 깨어 낯선 침입자에게 다가갔다. 원숭이는 몸을 돌려 뺑소니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사자에게 대들었다. 사자는 놀라 뒤로 물러섰다. 정글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할 형편이었다.

백수의 왕은 개코원숭이라고. 개코원숭이는 꼬리를 내린 사자를 보며 득의양양했다. 사자에게 쫓겨 지낸 세월이 얼마였던가?

원숭이는 그쯤에서 끝내고 오던 길로 되돌아갔으면 좋았을 것을…. 나무숲에서 이를 지켜보던 어미 사자가 일어나 개코원숭이에게 다가갔다. 원숭이는 거세게 저항했지만, 사자의 응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미 사자가 새끼에게 사냥 법을 가르쳐주려는 듯 머뭇거리지 않고 한 입에 개코원숭이의 숨통을 끊어놓았다.

아프리카 들개 한 마리가 초원을 거닐다가 풀숲에 앉아 있는 영양을 발견했다.

자신보다 커 보였으나 기습공격으로 예양의 목을 물고 늘어졌다. 영양은 발버동을 쳤으나 빠져 나가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들개는 기진맥진하여 먹이를 먹지못하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냄새를 맡은 다른 들개 무리가 다가와 영역을 침범한 들개를 그냥 두지 않았다. 동족에게도 처참한 응징이 자행되었다. 들개는 무리를 이탈하여 혼자 사냥하다 목숨을 잃고 말았다.

미국인 7천 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를 한 결과, 장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놀랍게도 '친구의 수' 였다.

친구의 수가 적을수록 쉽게 병에 걸려 일찍 죽는 사람이 많았고,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스트레스가 줄어 건강한 삶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엄마 팔아 친구 산다.'는 옛말이 생각나는데, 이제는 팔아야 할 엄마도 안 계시고 사야 할 친구도 없는 신세가 되었으니, 이를 어이할까? 남극의 펭귄은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칠 때, 서로의 생존을 위하여 한 군데로 모여든다. 가운데 펭귄은 따뜻하겠지만, 바깥쪽 펭귄은 혹심한 추위에 시달린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나 펭권들은 조금씩 자리를 이동하여 바깥 쪽 펭귄은 안쪽으로, 안쪽에서는 바깥쪽으로 옮기며 추위를 선단다. 펭귄 사이의 거리가 2cm를 넘으면 작은 틈을 없애기 게 해 가만히 있지 않고 물결치듯 움직인다. 이렇게 하여 영하 50도의 추위와 시속 200㎞의 눈보라를 견디며 산다.

아프리카 중서부 세렝게티 초원에서 암사자 한마리가 물소 새끼를 사냥하다 물소들의 반격을 받았다. 사자는 급한 김에 나무 위로 피했다. 물소들이 떠나면 내려올 생각이었는데, 물소들은 나무를 둘러싸고 떠나지 않았다. 어둠이 깔리자 사자는 어쩔 수 없이 나무에서 내려왔고, 물소들의 잔인한 공격으로 숨을 거두었다.

초원에서 풀을 뜯던 물소 한 마리가 일행에서 떨어져 혼자가 되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사자 떼의 공격으로 물소는 웅덩이에 갇히고 말았다. 사자의 포위를 뚫고 밖으로 나오려 안간힘을 썼지만 실패했다. 밤이 되어 지친 몸으로 물 밖에 나온 물소는 굶주린 사자들의 먹이가 되었다.

사람은 가정을 이루고 사회를 만들어 살아간다. 함께 뭉쳐서 서로의 생존을 도모한다.

가족이나 친구의 말 한마디가 서운하더라도 이해하며 함께 잘 살아야 한다. 노년은 함께 보내야 할 반려가 필요하고 친구가 그리운 시기다.

김현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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