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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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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아침
  • 전민일보
  • 승인 2019.07.1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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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전 1만원도 안 되던 병장 봉급이 40만원으로 올랐다. 군인 딸이 사관생도 때 받았던 품위유지비와 같은 급여 수준이다.

사관 후보생이 쓴 가계부에 “군것질 PX 2,500원”이라고 씌여 있다. 결재란에 “사랑하는 엄마, 대위 황지성” 버리려다 기록된 내용을 보고 가계부를 서재에 보관한다.

막내아들은 사병으로 근무하던 때부터 용돈을 주었으나 후보생 딸은 용돈을 사양하였다. 뒤늦게나마 가장 활발한 활동시기에 군복무를 하는 사병의 급여를 현실화 시킨 것은 잘한 일이다.

많은 신용불량자와 다중채무자들이 파산하는 세상이 되었다. 개인과 지자체, 국가의 미래는 수지 균형의 여지에 따라 미래를 설계하고 계획을 세운다.

어린 시절 과소비하던 둘째 딸의 습관이 사관생도가 되면서부터 180도 바뀌는 것을 보았다. 가정이나 기업은 수입과 지출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건전한 미래의 희망과 비전이 있다. 사관생도의 가계부 검열은 사병들에게도 전파해야 할 경제 교육이라 생각한다.

자녀들이 자라나던 시기에 나만의 용돈 지급기준이 있었다. 기본급은 초등학생 오천원, 중학생 만원, 고등학생은 만오천이었다.

학년이 올라가면 1,000원씩 올려주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도 18,000원이다. 자녀들은 또래친구들보다 형편없이 적은 용돈에 불만이 많았다. 그러나 용돈의 지급기준 기본 틀은 세 살 터울의 자녀에게 똑같이 적용하였다.

삼남매 용돈은 같은 날 은행통장을 통하여 지급하지만 소비형태는 각자 달랐다. 큰딸은 아끼면서도 쓸 데에 쓰는 형, 둘째는 하루 이틀에 모두 소비하는 기분파였다.

자녀들의 부족한 용돈은 논공행상을 통해 보충해 주었다. 학교 전체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면 핸드폰을 사주고 두둑한 용돈을 지원하였다.

성적표가 오던 날, 성적이 오른 사람과 떨어진 자녀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중학생부터 성적이 떨어지면 다음날 바로 핸드폰을 정지시켰기 때문이다.

둘째 딸은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자유분방한 영혼이었다. 단오제는 물론 월드컵 응원현장에도 혼자 나갔다. 외박 한 번 없던 언니와 달리 친구들과 방학을 이용하여 일손을 돕는다는 핑계로 해수욕장도 다녀왔다. 말괄량이 기질에 장거리 달리기를 잘하고 체력은 좋았다.

중학교 학생회장에 떨어진 날 하루 종일 울었다. 와신상담했던지 고등학교 2학년 때에 총부학생장이 되더니 3학년 때 총학생장에 기어코 당선되었다. 3학년 때 영어 웅변대회장에 참가하겠다고 하였다. 무슨 웅변대회냐고 묻자, 정치외교학을 전공하여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큰소리쳤다.

나는 큰딸이 다니던 국립대나 교대를 권장하며 학비 조달 문제를 설명하였다. 그러자 딸은 무상으로 대학에 가겠다면서 사관학교로 목표를 바꾸어 합격, 졸업식 다음날에 입교하였다.

제복 입은 선배들 따라 입교하던 딸을 보며, 10년 군대생활을 견디어 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힘들어 했지만 남자도 어려운 사격, 행군, 유격훈련까지 무사히 마치고 군병원에서 듬직한 배우자를 만났다.

결혼을 앞두고 정리하던 짐 속에 있던 생도 4년 동안 정리해 온 가계부만 보면 눈물이 난다. 오랬동안 아내와 함께 써내려온 우리 집 가계부에는 지난 세월 경제 규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엄마 따라 가계부를 쓰던 딸은 관사 생활을 청산하고 결혼 4년만에 아파트로 입주하였다. 부모는 능력이 모자라 결혼 20년이 되어서야 대출로 작은 아파트를 구입했던 지난날이 부끄럽다.

대학생 학자금과 결혼 자금이 천문학적으로 뛰어오른 시기에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던 바탕은 가계부였다. 딸은 쌍둥이 출산 때문에 휴직한 상태이다. 쌍둥이 외손자가 사병으로 복무할지 아니면 부모를 이어 장교가 될지는 모를 일이다.

벙글거리는 쌍둥이 손자를 보러 가는 기분 좋은 아침이다.

이준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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