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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관계 개선은 공정성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시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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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관계 개선은 공정성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시금석
  • 전민일보
  • 승인 2018.10.2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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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전 미국 하버드대학 마이클센델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은 미국에서 팔린 것보다 15배 많은 150만부가 한국에서 팔렸다고 한다. 경이로운 현상이고 그만큼 우리사회가 정의롭지 못하고 불공정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마이클 센델 교수는 정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행복, 자유, 미덕]의 세가지를 들고 정의를 행복의 합계나 자유보장으로 단순히 설명할 수 없으며, 오히려 다양한 도덕적, 종교적 가치에 대한 논의로부터 공동체 구성원의 좋은 삶과 공동선에 대한 답을 천천히 찾아보자는 공동체주의 즉 미덕 추구의 입장이다.

마이클 샌델의 훌륭한 점은 단지 내용적으로 공리주의나 자유주의에서 한발 앞선 공동체주의로 나갔다는 게 아니라, 그 방법론에 있다.

즉, 정의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가장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가장 근본적인 철학적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만 다양한 도덕적, 종교적 가치들을 반영할 수 있는 진정 공정한 정의(justice)의 정의(definition)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센델 교수의 책이 나오기 2년 전인 2010년 우리나라서도 정의와는 조금 다른 공정이라는 단어를 주제로 [공정국가(fair state)]라는 이름의 책이 출간되었으나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던 거 같다.

이 책에서 저자 남기업은 모두가 선뜻 동의할 수 있는 공정(公正)의 개념을 제시한다. '공정성'이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출발과 반칙 없는 경쟁과정을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즉, 달리기를 할 때 모두가 같은 출발선상에서 동시에 출발해야 하며, 달리면서 반칙을 하여 다른 사람(반칙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 피해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평등한 출발과 반칙 없는 경쟁'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당연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바로 우리 한국사회라고 꼬집는다. 즉 우리사회에서는 성공하려면 태어날 때부터 부모를 잘 만나야 하고, 경쟁 과정에서도 반칙과 특권, 불로소득이 난무하는 매우 불공정한 사회가 바로 오늘날의 우리사회의 단면이다.

고대로부터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고대 그리이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공정한 것과 법의 준수의 두가지로 요약해냈다. 즉 공정성은 정의의 한 축이라는 설명이다. 그 당시에도 사회를 지탱해 주는 법이 있었고 그 법을 준수하는 것이 최소한의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기준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또하나의 기준이 되는 공정하다는 의미는 무엇을 의미할까? 흔히 영어로 Fair 또는 Justice로 번역되는 공정하다는 단어는 우리사회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우리나라 헌법 제119조 제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라고 되어 있다. 즉 경제민주화의 근간이자 출발이 되는 헌법조항이다.

한마디로 정의로운 사회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된 사회를 의미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정의란 “소수자 약자의 권익을 최대한 확보하여 사회통합, 평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학술적으로 공정성 있는 사회 또는 공정성 있는 관계란 무엇인가? 이것을 판단하는 다양한 기준이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분배적 공정성, 절차적 공정성, 상호작용공정성의 세가지를 든다.

첫째 분배의 공정성(distributive justice)은 이는 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과 보상의 배분결과에 대하여 조직구성원이 인식하는 공정성 인식 정도를 뜻한다. 비례적 보상, 투입산출 비율의 형평성, 형평성, 균등성, 필요성 및 노력 성과 책임에 대한 보상을 의미한다.

둘째는 절차적 공정성(procedural justice)으로 자원과 보상의 분배를 정하는 절차와 과정에 대한 조직구성원의 공정성 인식 정도를 의미한다.

셋째는 상호작용공정성(interactional justice)을 의미하는 것으로 의사결정 과정이나 절차 실행과정에서 권한보유자가 가보여주는 대인적 처우 에 대한 조직구성원의 공정성인식 정도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의견 존중, 인격적 대우와 배려, 진실한 태도, 편견없는 태도 또는 결과에 대한 설명등을 포함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표되는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정의를 “다른 사람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미덕”으로 보고 있다. 그는 모든 인간은 부와 권력을 추구하는 존재이고 그 과정에서 3가지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즉 교환소유의 자유, 이기심의 자유, 소유의 자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유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공정함 즉 공정한경쟁의 룰(rule)을 지켜야 한다. 공정함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중정부 시기인 1990년부터 시행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바로 이러한 균형있는 성장과 분배 그리고 남용방지와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고, 이를 어기지 않도록 하는 대표적인 공정사회를 지탱해 주는 국가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사회에는 오래전부터 소위 갑을로 대표되는 공정하지 못한 관계가 형성되어 왔다. 최근에도 D항공, D제약, M간장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열정페이로 대표되는 취준생, 알바생들에 대한 중소기업에서도 갑질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반복적이고 관행화되어 오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균형성장과 경제주체간에 분쟁이 아닌 통합과 평화가 이루어지도록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갑을간의 공정한 관계형성이 강하게 요구되어 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이 시대정신이다.

[공정국가]라는 책이 출간될 당시 MB정부에서는 “공정한 사회”를 국정방향으로 내세웠지만 그다지 실천력이 담보되지 않아 관심을 끌지 못했다. 아마 공정한 국가로 나아가겠다는 철학이 부족했거나 단순한 대국민 홍보용이 아닌가 싶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슬로건에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가 뭔가 과거정부와 다르다는 점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보여주어야만 한다. 공정거래법이 시행된지 30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더욱 간절하다.

박상문 (사)직업상담협회 전북지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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