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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에 드리운 정치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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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에 드리운 정치의 그림자
  • 전민일보
  • 승인 2018.10.17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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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며칠간 베이징에 갔었는데 계속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들었던 것과 다르다고 그곳 사람들에게 말했더니, 그들 얘기가 최근에 아프리카 정상들을 초청하는 큰 회의가 있어 정부에서 공해를 관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 하늘이 쾌청한 것도 이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에 왕래하면서 갖게 되는 한 가지 느낌은 뭔가 「그로테스크」하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대체로 상당 기간 지속된 높은 경제성장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들이 있다.

와이파이로 접속하면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인 구글이 접근이 안되고 카톡도 안 되는 게 이해할 수 없다. 신문도 미국의 뉴욕타임즈, 프랑스의 르몽드는 접근이 안 되는데 묘하게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알게 마이네는 접근이 된다. 언론통제의 기준이 자의적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저녁에 TV를 보면 여러 채널에서 동시에 공산당의 항일투쟁 역사 드라마가 나온다.

반공영화를 단체관람하던 우리 나라 60년대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오래 사는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건지 모르겠지만, 잠깐 다녀가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중국에 가면 대학들에도 가보고, 창업·혁신 프로젝트들이 추진되고 있는 곳들을 방문하기도 한다.

베이징 중관촌의 창업 지구에 가니 몇개 블럭을 털어 창업 거리들을 만들었는데 원래 있던 상인들은 밖으로 이주시켰다고 한다. 계획대로 일을 빨리 추진하려는 입장에서 보면 효율적일 수 있으나, 그렇게 해서 조성된 창업·혁신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 지방마다 창업·혁신 단지를 만들었는데 대부분 아직 큰 건물들만 줄지어 지어 놓고 입주 기업은 많지 않아 보였다. 만난 기업인들과 교류하다 보면 그 지역 공산당 간부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또 각 지방 마다 해외에서 경력을 쌓은 과학기술자들을 유치하는「천인 계획」들이 있어 이들에게 작지 않은 인센티브를 주어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로 인해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벤처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지는 않다. 중국 출신의 어느 재미 과학자에게 성과가 미진한 이유를 물어보니, 연구 프로젝트들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강한 환경에서는 창의적 성과가 나올 수 없다는 견해였다.

중국 경제의 미래를 보려면 중국의 정치를 봐야한다. 현재의 중국 정치는 등소평 이래 거대 인구의 삶을 향상 시킨 개혁적 신흥국의 이미지는 아니다. 내치는 통제중심적이고, 외치는 공격적이다.

안으로는 언론을 통제하고, 변방지역 사람들을 억압하고 있다. 밖으로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과시하며 주변국들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을 예로 보면 소탐대실로 한국에서 중국에 호감을 가졌던 사람들도 중국을 잠재적 위협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도 중국 중심의 글로벌 인프라를 구축하려 하면서, 자국은 이익을 취하고 주변국은 부담을 지는 방식을 취하여 주변국들에게 골칫거리가 되었다.

중국은 주변국들뿐만 아니라 세계의 주요국들에게도 경각심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의 지위가 상승하는 만큼 거기에 걸맞는 의무를 다하기 보다는 지나치게 자국 중심적으로 팽창하고 있어, 세계의 질서와 성장에 도움되기 보다 부정적 결과를 낳고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무역분쟁도 이런 배경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국 정치는 사회적 합리성 보다는 단일 정치집단의 물리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에 성과를 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시장경제 발전이 지속되려면 자율성과 창의력이 필요하다.

한국도 경제성장 초기에는 군사정권의 추진력과 근면한 국민의 노력이 결합되어 고도성장의 궤도에 진입하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치열한 민주화를 통해 권위주의 체제를 극복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베이징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쾌청한 하늘 아래 좋은 기분을 느낄 날이 오면 좋겠다.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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