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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부의 영리한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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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부의 영리한 토크
  • 전민일보
  • 승인 2018.08.29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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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연구가 이혜○씨는 요즘 방송가를 종횡무진으로 누빈다. 예전에는 계절에 맞는 요리 강습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빼어난 입심을 보여주었다. 최근 종합편성 등 방송 채널이 늘면서 토크쇼의 여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맹활약을 한다. 그렇다고 특별한 내용을 이야기하거나 새로운 지식을 전해주는 것은 아니다. 주로 시어머니의 시집살이나 예전 남편의 무신경을 탓한다.

이 여사의 남편은 산부인과 의사로 알려진 고민○박사다. 인상부터가 선한 이웃 아저씨 같고 실실 웃으며 말도 잔잔하게 한다. 이 여사는 반대로 성깔이 있어 보이는 얼굴에 말도 똑똑 부러지게 한다. 주로 여자 쪽에서 남편 흉을 본다. 어쩌다 부부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럴 때는 남편 고 박사가 아내에게 반격하고 해명을 해야 할 텐데, 도통 그럴 의지가 엿보이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그게 더 웃겨 자꾸 그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방송에서의 토크쇼는 누가 대본을 써주는 것도 아니고 주제에 따른 사전준비를 출연자들이 하는 것 같다. 시청자들의 방응이 좋으면 자주 나오게 되고 고정출연을 하게 된다. 자연 수입이 나아지고 인기도 올라간다. 그러다 보면 다른 방송국 프로그램에도 섭외가 들어오고 광고 모델로도 나간다.

출연자들은 화제의 흐름을 잘 타야 하고 적당한 기회에 말 꼬리를 물고 자신의 주장을 펴야 한다. 이야기 분량이 많으면 지루해지고 MC의 제지를 받는다. 너무 튀는 발언도 분위기를 깰 우려가 있다. 대개는 자신이나 자기 집의 이야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같은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되풀이하면 참신성이 떨어진다. 표현방법도 연구하여 독특한 자기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잘난 이야기는 한 번으로 충분하다. 실수한 이야기, 못난 짓거리는 자주 들어도 괜찮다. 사람들은 남이 잘못 하거나 망가지는 것을 보고 위안으로 삼으며 즐거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프로그램에서는 사업에 실패한 연예인들이 즐비하게 앉아 경쟁적으로 자신의 실패담을 쏟아놓는다. 망해도 아주 잘 망해야 방청객이나 시청자들의 환호를 받는다. 일종의 카타르시스요, 대리만족이다. 저렇게 영리하게 생긴 사람도 사업에 손을 댔다가 엄청난 실패를 하였다는데, 내가 말아먹은 돈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교훈적인 삶이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되듯이, 방송인들의 어리석은 실패는 중·노년들의 위로가 되나 보다. 실패했다고 징징대며 분위기가 심각해지면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리고 만다. 출연자의 안타까운 사정에 귀 기울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비극이 희극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어떤 코미디(배삼룡이나 이주일 등)는 희극에서 진한 페이소스를 맛보기도 한다. 이런 이중성이 인간에게 존재한다.

고민○박사는 대학병원에 근무하며 아내 만큼 수입이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선지 아내의 타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방송 내용을 함께 모니터하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당신이 너무 세게 했어. 사람들이 나보고 불쌍하다고 그래.”

“알았어요. 다음 번에는 좋은 이야기를 할 거요. 그런데 분위기가 썰렁하면 또 세게 나올 수밖에 없지요.”

“허허, 나 이제 공처가 다 되었네.” 하면서 말이다.

어찌 됐건 고 박사 부부는 궁짝이 잘 맞는 멋진 부부임이 틀림없다. 우리 부부도 가끔 그들 부부의 스타일에 말려드는 것은 아닌지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김현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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