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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사의 멋진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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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사의 멋진 기부
  • 전민일보
  • 승인 2018.07.24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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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님, 빨리 계좌번호 좀 불러보세요”

“아니 회장님, 갑자기 왜요?”

“글쎄, 그건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법무부 전주소년원 소년보호위원이자 사회정착지원 회장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황동현 회장의 갑작스런 전화다.

평소 황 회장께서는 소년원 재원생은 물론이고 출원 후 자립을 위해 우리생활관에 입주한 무의탁 청소년에게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도해주시고 각종지원을 아끼지 않는 분이다. 보통 때도 주전부리나 라면 등을 트렁크에 가득 싣고 오셔서 우리 생활관에 내려놓고 가신다.

이게 아주 간단한 일 같지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누구나 할 것 같지만 누구나 하는 일이 아니다. 마음과 몸과 시간이 허락되어야 하고 의지와 열정이 없으면 안 된다.

한두 번은 하겠지만 지속적으로는 못한다. 어떻게 보면 습관이다. 사람이 습관이 들기까지는 생각이 계속 되어야하고, 그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져야 한다. 그게 쌓이다 보면 어느새 습관이 된다.

나는 이렇게 황 회장께서 ‘봉사습관’이 몸에 배어 ‘뭘 또 기부하려고 하는가 보다’싶어 오히려 말리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유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빨리 계좌번호를 넣으라기에 영문도 모른채 기관 후원계좌를 보내드렸다. 잠시 후에 00만원의 금액이 입금되었다. 나중에 들으니 내막은 이랬다.

황회장께서 어느날 모 골목 앞을 승용차를 운전하고 지나가는데 갑자기 소주병이 차량으로 날아와서 보닛을 파손했단다.

깜작 놀라 급히 차를 세우고 인도를 보니 취객 한명이 씩씩 거리며 서 있기에 처음엔 점잖게 타일렀단다.

그런데도 취객이 막무가내로 덤비면서 “나는 세상이 싫어서 길바닥에 던진 것 뿐 이다. 그런데 당신차가 와서 맞은 것이다. 내가 뭘 잘못했냐?”라는 식의 기·승·전·결(궤변)을 반복하며 깨진 병을 들고 덤비더란다.

아무리 취했지만 잘못된 생각과 행동은 바로잡아 주어야겠기에 “유리병을 차도에 던진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고, 지금 흉기로 나를 위협하는 것도 큰 범죄다”라며 훈계를 했지만, 오히려 자기에게 트집이나 잡아서 어떻게 해보려는 ‘차량피해공갈범’쯤으로 몰아가더니 느닷없이 따귀를 두 대나 갈기더란다.

내가 짐작컨데 그 사람이 너무 순진해서 세상 무서운 줄 몰랐거나, 정말 많이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었던 모양이다. 보통사람 같았으면 황 회장의 짙은 눈썹 밑에 부리부리한 눈(레이저가 나올듯한), 까만 구레나룻, 다부진 몸매에 도톰한 목걸이만 보아도 그 포스에 주눅이 들어 후딱 꼬랑지를 내렸을텐데...

그날 아마 황 회장께서는 지금껏 살면서 이유 없이 타인에게 처음 맞아봤을 것이다. 순간 정의감 넘치는 황 회장의 돌주먹 조건반사가 번개같이 작동했을 법도 한데 가슴속에 새겨진 ‘법무부 소년보호위원’이라는 명예가 ‘알파고’처럼 광속제어를 했던 것 같다.

아무튼 황 회장께서는 그 사람 옥체보호차원에서 직접 어루만져주는 마사지교육은 하지 않고 112에 신고해서 계도기회를 주었단다.

그리고 절대 합의는 없다고 못을 박았는데 며칠이 지나자 한번만 뵙자고 애걸복걸하여 공공장소에 나갔더니 주변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무릎을 꿇고 빌더란다.

따져보니 알만한 지인들과 면식도 있고, 처지도 딱하여 ‘따귀 값’은 용서해주고, 대신 차량파손 부분은 가장 낮은 셀프수리비를 산출하여, 그 금액을 우리생활관 후원금으로 넣게 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황동현 회장다운 발상이다. 이것은 ‘소년보호위원의 알파고’와 자기도 모르게 작동한 ‘봉사습관’의 지령이었을 것이다.

가해자에게 법적처분보다 훨씬 무거운 마음의 형벌을 주어서 반성케 하고, ‘아름다운 용서’와 ‘멋진 기부’까지 이끌어낸 슬기와 지혜, 이른바 황 회장의 ‘솔로몬의 선택!’

젠틀맨으로 통하는 황 회장의 그 멋스러움이 어디서 왔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혜성 전북청소년자립생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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