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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火燒不盡春風吹又生(야화소부진 춘풍취우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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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火燒不盡春風吹又生(야화소부진 춘풍취우생)
  • 전민일보
  • 승인 2018.04.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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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고 싶은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램이다. 하지만 세상은 항시 풍파가 출렁이고 우리는 그 안에서 부침을 겪으면서 끝내 좌절하기도 하고 기사회생하여 재기에 성공하기도 한다. 유전적으로 강인한 성품을 타고난 사람은 여간한 풍파에도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버텨내지만, 본래 심신이 허약한 사람은 자잘한 시련에도 힘겨워하고 쉽게 쓰러지기 마련이다.

선거철을 맞이하여 사회가 다시 출렁이고 있다. 유권자 입장에서 보자면‘그놈이 그놈’이라는 체념 섞인 평판이 다시 떠오르지만, 개판 오분 전이 되어가는 나라를 시민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엄동설한에도 촛불을 들고 거리에 모여 나라를 살려낸 그 해 겨울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촛불 혁명을 완성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특히 지방일수록 학연, 지연따위에 이끌려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보니, 이래서는 우리 사회의 해악과 갈등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보다 나은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우리로서는 최선이다.

중국 당(唐)나라의 저명한 시인 백낙천(白樂天)이 젊은 시절에 청운의 꿈을 안고 상경하였으나 좀처럼 벼슬길에 들어설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는 궁리 끝에 고향 선배로서 당시 정부의 고위직에 있던 이신(李紳)을 찾아가 부탁할 요량으로 수소문 끝에 그가 사는 집을 알아냈다. 하지만 어렵사리 찾아간 백낙천은 집 앞을 지키는 하인들에게 문전박대를 당하였다. 이윽고 문지기에게 술값깨나 건네주고 나서야 고향 선배를 만날 수 있게 되었는데, 선배는 ‘백거이(白居易)’라고 쓰인 백낙천의 명함을 받아보더니 딴전을 피우면서 “자네는 세상을 쉽고 수월하게 살고 싶어서 ‘거이’라는 이름을 지은 듯한데, 서울에 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세. 그런데 글이라도 좀 지어봤는가?”라고 조롱 섞인 핀잔을 던졌다.

이에 백낙천은 허리춤에서 그동안 지은 시를 서너편 꺼내어 그에게 보여주었는데, 이를 받아 주욱 읽어가던 이신이 “야화소부진(野火燒不盡) 춘풍취우생(春風吹又生)”이라는 싯귀를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싯구는 가을철에 추수를 마친 뒤 들불을 놓아 논밭의 풀들을 모조리 태워 없애도 이듬해 봄바람이 불어오면 어김없이 다시 살아난다는 뜻이다.

이 시를 보고 난 이신은 백낙천에게 “내가 아까한 말은 농담였네. 이 정도 시를 지을 실력이면 굳이 서울 뿐만 아니라 천하의 어디를 가더라도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네.”라고 말한 뒤 그를 문객(門客)으로 대우하였다.

이 싯구는 정권이 아무리 인위적인 방법으로 민심을 억눌러도 새로운 사조(思潮)나 시대정신은 때가 되면 어김없이 고개를 들고 일어나 세상을 바꿔 놓는다는 비유를 담고 있다.

민의가 왜곡되지 않게 하려면 투표소에서 수개표하는 방식부터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표 조작으로 민심이 윤간을 당한 일이 아직도 제대로 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이지 않은가? 청소년까지 나서서 “이게 나라냐”고 외치던 함성이 공연한 푸념으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어른들부터 ‘꼰대짓’을 멈추고 ‘어르신’이 되어야 한다.

김동현 말목서당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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