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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추억을 떠올리는 요술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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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추억을 떠올리는 요술쟁이
  • 김민수
  • 승인 2007.09.30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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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은 추억을 떠올리는 요술쟁이

양 봉 선
아동문학가 전북아동문학회장

 
 유난히 덥던 여름을 잘 이겨낸 곡식과 열매가 토실토실 영글어 마냥 행복이 넘치는 완연한 가을이다.
 풍성한 오곡백과만 보아도 저절로 마음이 낙낙해져 괜스레 옛 추억에 잠겨본다.
 어렸을 적, 가난한 이웃의 아픔을 모르고 넉넉하게 자란 덕분에 결혼해서도 월급 받으면 먼저 월급의 반을 뚝 떼어 저금을 하다 보니 해가 바뀔수록 목돈이 자꾸 모아져 그 땐 정말 남부러울 게 없었다.
 뭐든 맘대로 사고 쓸 수 있어 그저 사는 게 행복했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천지개벽할 일이 생긴 것이다.
 보증으로 넌더리 치는 경제적 위기에 부딪치자 현실을 직시하게 됐고, 강인한 자신이 되고자 ‘참을 인’을 수없이 가슴에 새겼다.
 그 후, 고통과 아픔을 끌어안아 가슴에 삭히며 작은 희망의 불씨를 피워내 건강한 정신과 절제된 생활로 행복한 미소를 머금을 수 있기까지 수많은 노력이 필요했었다.
 지금에 와서야 웃을 수 있는 에피소드가 되었지만 보증이란 올가미에 갇혔을 땐 건강했던 몸이 스트레스로 인한 디스크 증상까지 겹쳐 난감했기 때문이다.
 평소 아픔의 고통을 참아가며 지내다가 일을 무리하게 했던지 손 저림이 심해 퇴근 후 물리치료를 받고 버스를 탔는데 다행히 경로석의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그 앞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매가 서 있었지만 지치고 피곤했던 탓에 노약자가 타면 비켜 주리라 맘먹고 남매에게 물었다.
 “얘들아! 내가 앉아도 되겠니?”
 “네. 앉으세요.”
 공손히 대답하고 옆으로 비켜서는 모습이 참으로 기특했다.
 마침 가진 껌이 있어 하나씩 주면서 넌지시 물어봤다.
 “왜 빈자리에 앉지 않고 서 있었니?”
 “어머니께서 경노석에는 앉지 말라고 하셨어요.”
 한 손으로는 의자 손잡이를 안전하게 잡고 다른 손은 여동생의 손을 잡은 오빠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누구나 자식에게 일러주어야 할 당연한 가르침이건만 그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와 흐뭇해하면서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었더니 같은 동네 옆 아파트에 산다고 한다.
 우연한 만남도 인연이라 생각하고 차에서 내려 함께 걸으면서 어렸을 적 할머니와 오순도순 살았던 이야길 들려주었다.
 요즘은 핵가족시대라 할머니와 사는 집이 거의 없지만 예전엔 한데 어우러져 오붓한 정이 새록새록 쌓여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이 많았노라고…….
 집에 다다라 서로 헤어지면서 하늘을 바라보니 봉숭아 빛으로 물든 노을이 너무 아름답게 보여 갈대와 코스모스의 풍경 속에 ‘퐁당’빠지고 싶은 충동에 집과 반대 방향인 삼천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삼천을 걷는 동안 짧은 시간이었지만 번거로운 일상을 벗어나 동심의 세계를 만끽한 후, 마음의 평화를 얻고 집을 향하면서 시인이 된 듯한 착각에 사로잡혀 색다른 뿌듯함을 맛보는 계기를 만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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