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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보다 실력으로 평가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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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보다 실력으로 평가받자
  • 김민수
  • 승인 2007.08.28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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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벌보다 실력으로 평가받자    
                                                          신 영 규/수필가 자유기고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창하, 동숭아트센터 대표 김옥랑, 영화감독이자 개그맨 심형래씨 등이 학력 위조 파문의 중심에 서 있다. KBS 라디오 ‘굿모닝 팝스’의 유명 영어강사 이지영 씨와 만화가 이현세 씨, 연극계 스타로 꼽혀온 배우 윤석화 씨는 본인들이 대학에 다니지 않았다고 뒤늦게 고백했다. 서울 능인선원의 원장인 지광스님도 “서울대를 중퇴했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명지대 교수 정덕희, 영화배우 장미희, 방송인 강석, 가수 겸 작곡가 주영훈, 탤런트 오미희와 최수종 씨 등이 허위 학력으로 도마 위에 올라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광주교육대학교 전 총장을 지낸 이정재 광주교대 수학교육과 교수가 허위 학력 기재로 물의를 빚고 있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로부터 촉발된 학력 위조사건이 학계는 물론, 연예?예술?종교 등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고 나면 감춰졌던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고 또 다른 인물에 대한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연이어 터져 나온 학력위조 파문, 이러다간 정치권 등 다른 분야로까지 학산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눈여겨 볼 것은 신도수가 25만에 달하는 서울의 대표적 도심사찰인 능인선원의 원장 지광스님이 가짜 학력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다. 스님은 가짜 학력이란 멍에를 지고 수십만의 신도들에게 무엇을 염원했는가. 부처님께서는 그의 눈물을 보고 뭐라 하실 것인가. 스님은 고졸 학력으로 한국일보 기자시험에 합격한 후 이력서에 서울대 공대를 중퇴한 것으로 기재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그는“마음속에서 번뇌를 일으키는 ‘가짜 나’를 없애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할 때 마음이 평화가 찾아온다”고 했다.
 스님과 그를 따르던 신도들을 이해할 수 없는 건 다른데 있지 않다. 명문대 출신 스님이 영어로 불경을 가르친다는 얘기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서울대출신 명패가 포교에도 적잖은 도움이 됐을 거란 얘기다. 그렇다면 신도들도 부처님 말씀보다는 지광스님의 서울대라는 간판을 믿고 사찰을 찾은 게 아닌가. 이 기회에 스님과 신도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부처님과 예수님이 어느 학교를 나와서 무슨 박사학위를 취득했는가.
 허위 학력으로 물의를 일으킨 문화예술계는 정작 학력과는 상관관계가 미약한 분야다. 연극인 윤석화, 만화가 이현세, 개그맨 심형래, 탤런트 최수종 씨 등은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뤄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준 재능꾼들이다. 그런데 왜 굳이 학력을 부풀렸을까. 그것은 우리 사회의 지나친 학벌숭배주의 탓이다. 실력보다는 학력과 학연을 우선하는 사회풍토가 이들을 부추긴 것이다. 
 이제 물의를 일으킨 문화예술계의 일부 인사는 현직에서 물러났다. 그들은 세상의 눈총과 자책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있었기에 그 자리를 유지한 건 틀림없다. 그들이 비록 자신을 속인 건 잘못이지만 능력과 실력을 가진 사람이란 건 인정해야 한다. 그것은 중학교 중퇴인 영화감독 임권택, 고교 중퇴인 가수 신중현, 고졸인 만화가 허영만, 중학교도 마치지 못한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르내린 것만 봐도 학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할 것이다. 
 그간 우리 사회는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학벌이나 배경이 없으면 자신의 뜻을 달성하기 어려웠다. 이제 학력은 없어도 능력으로 평가받고 실력으로 알아주는 사회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만약 학력을 곧 실력으로 인정하는 사회풍토와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학력위조 파문은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다. 학벌보다 능력이 통하는 사회, 노력으로 얻어진 지식과 실력으로 당당히 평가받는 사회가 도래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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