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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통해 세상과의 장애 날려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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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통해 세상과의 장애 날려버렸어요"
  • 소장환
  • 승인 2007.06.2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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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 정신지체 2급 김영미씨 중입검정고시 합격... 김순덕-윤화영교사 헌신-수녀들 뒷바라지 소망일궈

정신지체 2급의 중증 장애인이 최근 전북도 교육청에서 실시한 중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에서 당당히 합격했다.

사회복지시설인 ‘전주사랑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영미(24)씨는 일곱 살 아이 수준의 정신연령으로 초등학교 4학년까지의 학력이 전부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 소년원에 들어간 김씨는 19살이 되면서 서울시립부녀보호소로 옮겨져 생활을 하다가 2004년 3월부터 전주사랑의 집에서 살고 있다.

어눌한 말씨와 대인기피증세로 허리를 구부린 채 도서실에서만 틀어박혀 있기를 좋아했던 김씨가 요즘에는 중입검정고시에 합격하면서 당당한 모습으로 변했다. 

어린 아이의 정신연령을 지닌 그녀가 중학교 입학자격을 얻게 되기까지 곁에는 많은 헌신적인 후원자들이 있었다.

사랑의 집 원장인 공은미(데레사) 수녀, 김경숙(요셉 세실리아) 수녀, 자원봉사자 김순덕씨가 있었다. 그리고 윤화영(46·간중초 영여·체육 전담교사) 교사가 함께 했다.

교직에서 퇴직한 뒤 완주교육청 순화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순덕씨는 윤화영 교사를 만나 마음이 통해 지난해 12월 김영미씨의 이야기를 꺼냈고, 윤 교사는 흔쾌히 자원봉사에 나섰다.

“헬렌 켈러(Helen Adams Keller)를 키워낸 설리반(Anne Sulivan)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 지켜보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함께 했을 뿐이에요”라고 말하는 윤 교사는 정신지체 장애를 갖고 있지만 암기력이 뛰어나고, 책을 좋아하는 김영미씨를 보고 그녀의 검정고시 도전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3~4년 동안 해도 합격할지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김영미씨는 조울증세까지 보이면서 공부를 하다가도 “싫어, 미워”라는 말을 뱉으면서 떼를 쓰기 일쑤였다.

윤 교사는 “이럴 때마다 한숨도 나오고 포기하고 싶다가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헬렌 켈러를 떠올렸다”면서 검정고시 시험이 임박하자 4월부터는 퇴근하자마자 사랑의 집으로 달려와 밤늦은 시간까지 김영미씨의 손을 붙잡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면서 공부를 가르쳤다.

그리고 시험이 있던 날 윤 교사는 시험장 복도에서 김영미씨가 시험을 마칠 때까지 기도하면서 기다렸고, 다행히 무사히 시험을 마친 그녀는 어려워하던 수학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22일 전주사랑의 집 강당에는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김영미씨에게 검정고시 합격증을 전달하면서 축하해줬고, 원장 수녀는 윤 교사의 헌신적인 노력에 진심이 담긴 감사장을 건넸다. 개신교 신자인 윤 교사는 이 자리에서 그냥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이날 이 자리에서 전주사랑의 집에서 생활하는 모든 장애인들은 김영미씨를 보면서 “나는 할 수 있다”를 크게 외쳤다.

한 명의 정신지체 장애인이 검정고시에 합격한 소식은 모든 장애인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됐고, 이 희망의 불씨는 설리반 선생이 그랬던 것처럼 헌신적인 한 스승의 노력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이 됐다. 소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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