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福一曰壽二曰富三曰康寧四曰攸好德五曰考終命
“다섯가지 복이 있으니 첫째가 수이고, 둘째가 부이며 셋째가 강녕, 넷째가 유호덕, 다섯째는 고종명이다”
오복(五福)이란 말이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 ‘다섯 가지(五) 복(福)’입니다. 복이란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이 만사가 순조롭게 풀리는 겁니다. 그렇게 부족함 없이 모든 걸 다 갖춘 상태가 오복입니다.
다섯 가지 복이 있으니, 첫째가 수(壽)이고, 둘째가 부(富)이며, 셋째가 강녕(康寧)이고, 넷째가 유호덕(攸好德)이며, 다섯째는 고종명(考終命)이다.(五福一曰壽二曰富三曰康寧四曰攸好德五曰考終命)
「서경」 홍범구주(弘範九疇)에 나오는 말입니다. 수(壽)는 오래 사는 것이고, 부(富)는 재물이 넉넉한 것이며, 강녕(康寧)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편한 것입니다. 유호덕(攸好德)은 덕(德)을 닦아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것이고, 고종명(考終命)은 죽을 때 삶을 돌아보니 아무 후회가 없는 겁니다.
오복이란 결국 부자(富)로 몸과 마음이 편하게(康寧) 덕을 베풀면서(攸好德) 오래 살다가(壽) 후회 없이 죽는 것(考終命)이 최고라는 겁니다. 그렇게 살다 죽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다섯 가지 복을 다 누리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지만, 과연 그렇게 살다 죽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사는 게 정말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일까요? 문득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쓴 ‘혼자 웃는다(獨笑)’라는 시를 읊어봅니다.
곡식 있는 집엔 먹을 사람이 없고
자식 많은 집엔 모두가 굶주림 걱정
벼슬아치들은 모두가 어리석으며
재주 있는 이는 써 먹을 데가 없다.
집집마다 복을 다 갖춘 곳은 적고
지극한 도도 늘 쇠퇴하기 마련이지.
아비가 인색하면 자식이 방탕하고
아내가 현명하면 지아비가 어리석네.
달이 가득 차면 구름이 자주 끼고
꽃이 활짝 피면 바람이 휘저어 놓지.
세상만사가 다 그렇고 그런 것이니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웃노라.
아무리 둘러보고 찾아봐도 오복을 두루 다 갖춘 사람은 없다는 겁니다. 곡식이 넘쳐 나는 집안에선 먹일 자식이 없고, 자식이 많은 집에서는 먹일 곡식이 없어서 허덕이는 게 우리네 인생살이입니다.
모처럼 보름에 달구경이라도 하려면 구름이 가려버리고, 꽃구경을 나서면 바람이 불어와 망쳐버립니다. 저마다 다한 가지씩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기 마련이니, 그저 웃고 살자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