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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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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친구
  • 전민일보
  • 승인 2015.04.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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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에미코 통역사

 
지난 겨울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그 친구는 미국인 여성인데, 그녀의 딸이 몇 년 전부터 고창에서 영어 강사를 하고 있다. 그 딸이 같은 원어민 영어강사와 결혼하게 되어 여기서 출산하게 되어, 그것에 맞춰 캘리포니아에서 왔다는 것이다. 그녀는 현재 11살의 막내아들을 동반해서 약 3개월 정도 고창에서 머물고 있었다. 그 막내아들의 이름은 “카미로”라고 한다. 우리 집의 막내아들과 나이가 가깝기 때문에 둘이 곧바로 친해져 잘 놀았다.

언뜻 봐도 초등학생인 카미로가 3개월이나 되는 긴 기간, 학교에 가지 않고 엄마 옆에 있는 것을 보고, 나를 포함해 누구나 묻는다. “이 아이 학교 가지 않아요?” 엄마는 “자택에서 홈스쿨링으로 교육하고 있으니까 괜찮아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카미로는 매일 책을 읽고, 거기에 관한 글을 써 엄마가 그것을 확인한다. 홈스쿨링용 교재에는 진도 기준이 있고 테스트도 있다고 한다. 그 홈스쿨링 가이드에 따라 아이를 교육하고 있는 것이라고.

미국에서는 학교를 보내지 않고 이렇게 가정에서 교육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초등학교 과정뿐만이 아니라, 중·고 과정까지도 홈스쿨링으로 교육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지금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하는 카미로의 누나도 초등학생 무렵은 홈스쿨링으로 배우고 있었다고 한다.

홈스쿨링으로 아이를 제대로 교육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그 방법으로 공부한 아이들이 우수하게 자랐다는 사례가 미국에는 흔히 있다고 한다.

카미로의 엄마는 그런 일을 전혀 걱정하지 않은 것 같았다. 카미로와 엄마의 관계성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엄마끼리 차를 마시고 있는 동안 카미로는 우리집에 있는 영어책을 읽거나 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는다.

“엄마! 빨리 집에 가자!”같은 말을 카미로의 입에서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 엄마도 무리하게 카미로의 흥미 거리를 찾거나 카미로가 지루하지 않게 이것저것 갖다 주지도 않는다. 어디까지나 아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엄마는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 카미로의 성격은 침착하면서 밝아 유머도 있고 농담도 잘 한다.

일반적으로 학교는 보내기만 하면 다양한 일을 배울 수 있는 장점을 가지는 장소이지만, 아이들에게 어쩔 때는 스트레스를 주는 장소가 된다. 우리 아이들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모두 얼굴이 지쳐 보인다. 아이가 이렇게 어린이다운 얼굴로 웃으면서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스스로 배울 수 있다면 홈스쿨링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이 동안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어를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 집에 놀러 올 때에는 내가 영어로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간단한 영어 밖에 할 수 없지만, 카미로의 엄마에게 “내가 하는 말, 이해 가요?”라고 물으면, “잘 이해 간다.”라고 대답해 주었다.

내가 한국에서 살기 시작했을 때도 그랬다. 여자끼리 이야기할 때 서로 “이해하자”는 의욕만 있으면, 말의 레벨이 낮아도 왜 그런지 통하는 것이다. 그리고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 아들과 카미로는 부엌에서 둘이 빵을 만들면서 놀았다. 아들들이 만든 빵은 오븐 속에서 예쁜 황갈색으로 변해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우리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 주었다. 함께 작업하면서 서로 느끼면, 말은 그렇게 많이 필요 없다. 다만 함께 만들고 맛본 즐거운 추억만이 남았다.

카미로가 우리 아들과 놀고 있을 때 “컴온!(come on!)”라고 자주 말했다. 또 그가 아는 한국말로 우리 아들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카미로에게 “이리와”와 “고마워”를 가르쳤다. 아이들끼리 놀 때에는 이렇게 말하면 된다고.

하지만 “한국어는 나이와 사회적 입장에 따라 말투를 바꾸는 언어니까 연상의 사람에게는 쓰면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가 그것을 이해했는지 못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렇게 말한 직후, 그는 나에게 “에미코! 이리와!”라고 했다. 나는 그러한 카미로에게 물어봤다. “이 몇 달 동안 한국에서 지내 봐서 너는 어땠었어?” 그는 “나름대로 즐거웠다”라고 대답했다.

봄이 되어 귀국하는 날이 다가와 그들은 우리 집에 작별 인사를 하러 와 주었다. 그날도 카미로와 우리 막내아들이 함께 놀면서, 더욱 헤어지기 어려워져 버렸다. 어쩔 수 없이 귀국 전날 그들은 또 다시 함께 놀았다. 카미로의 누나가 고창에 있는 한 그들은 또 여기에 올 가능성이 있다. “우리 꼭 또 만나요!” 아들에게도 나에게도 잊을 수 없는 미국인 친구가 생긴 지난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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