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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밑에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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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밑에 행복
  • 전민일보
  • 승인 2014.12.1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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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남 수필가

 
가족 간에도 각각의 소임 있음이 확실하나, 그 경계를 두고 은근히 잣대질하는 보이지 않는 선이 있는 것 같다.

할 일과 안 할 일, 내 일과 네 일, 남녀의 일과 노소의 일, 그러다 일상의 평형이 한쪽으로 치우쳐 틀어지면 심신의 부유물이 생기는데 하던 일과 하지 않던 일의 목록을 따지듯 내세우며 각자의 입장을 완고히 하는 것이다.

대개 가족이란 미명하에 희생의 미덕을 내세워 재물과 심신의 수고를 당연시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리 살아오면서 상대의 아픔을 심각히 따져 본적이 없는 것을 보면 내가 할 일이 아니면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았던 것 같다. 그것은 인간 삶의 방법이며 개개의 역할을 존속, 유지시키는 명분이라 여겨 되레 일에 대한 편 가르기에 적극적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그가 갈비뼈에 골절상을 입어 일상을 다하지 못하는 바람에 수발을 들며 힘들어 보고서야 그의 존재가 얼마나 위대하며 가족을 위해 애썼는지 반나마 알게 된 것이다. 무지다. 아내의 철딱서니조차 사랑을 앞세워 몸과 마음을 다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을 그의 등에 실린 가장의 등짐은 얼마나 무거웠을까.

염치없는 마음에 그를 위해 거하게 조반상을 차렸다. 칼슘, 단백질, 비타민 등등 뼈의 진액이 잘 나오도록 깜냥에 신경을 썼다.

하필 식탁 놓을 자리가 없는 시골 사택이라 밥상을 낑낑대며 들어 방으로 옮겨야 하는데 오죽한 풍신이 밥상을 혼자 드니 콧등이 바닥에 닿도록 허리가 휜다. 비스듬히 몸을 누인 그가 짠한 눈빛으로 엉거주춤 몸을 세우려 한다.

“안 돼, 갈비뼈!”다행히 조반상이 방바닥에 처박히지 않은 채 그 앞에 다급히 놓였고, 어쩌다 한 번 힘 보태지 못한 미안함에 그는 그만 주저주저 한다.

혼자 들어 본 밥상의 무게에서 소중한 사랑을 깨달았다. 이제 부부의 역할에서 선 긋기는 끝내야 할 일이다. 내가 못하는 것만 늘 그가 거들어주는 것이 아닌, 그가 할 수 있는 일도 내가 거들고 해내는, 부부간 의무와 권리의 수평적 관계를 공유하는 것, 한 단계 더 나아가 관계의 상위차원인 사랑과 이해로써 나누고 보태주는 부부로 거듭나고 싶다.

심신을 부리는 일은 마음이라 했다. 마음이 동하면 움직임이 있고 그 움직임은 사랑의 행위일 터, 코밑 행복을 누리며 한발 또 한발 속도를 맞춰 해로동혈을 원해본다.

아내란 청년에겐 연인이고, 중년에겐 친구이며 노년에겐 간호사라 했다. 나는 평생 그에게 친구이며 간호사고 싶은데, 그대는 어떠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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