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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제와 프랜차이즈의 결합에 ‘청년문화’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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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제와 프랜차이즈의 결합에 ‘청년문화’ 실종
  • 정민석(문화비평가)
  • 승인 2014.12.02 07: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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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중심으로 본 유흥문화 변천사>

학부제와 프랜차이즈의 결합에 ‘청년문화’ 실종
한옥마을 관광객 유입 ‘토속유흥’ 활성화 계기로  

 
전주는 타 지역에 비해 산업기반이 취약한 소비도시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자체적인 수익구조가 탄탄하지 못하다 보니 유흥문화에 있어서는 특히 많은 부침을 겪어왔는데 이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가장 빠르게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1980년대를 거쳐 1990년대 초반까지 객사를 중심으로 한 관통로, 중앙로 다운타운에 형성되어 있던 유흥가들이 1997년 IMF를 맞아 대부분 사라지고 이를 대체한 것이 당시 한창 개발중이던 전북대 대학로, 이 시기에 낮에는 런치메뉴 위주의 식사를, 저녁에는 주류를 판매하는 형식의 퓨전레스토랑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의 취향을 만족시켰다.
 
특히 ‘뮤직뱅크’나 ‘쥬크박스’ 같은 주점과 클럽의 중간형태 업소가 유행을 타면서 대학로가 전북대생들을 비롯한 10대 청소년에서 30대 젊은 직장인들까지 폭넓게 찾아오는 젊은층들의 유흥문화 중심지로 자리잡게 된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밀레니엄을 지나며 대학의 학부제 시행과 프렌차이즈 업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일견 별 관계 없을 것 같은 두 ‘사건’의 결합이 예상치 못한 파급력을 갖게 됐다.

학부제 시행으로 선후배간의 유대감이 옅어지면서 대학문화의 연결고리가 많이 끊어지게 되고 특히 ‘학사주점’으로 통칭되는 단골고객 위주의 소규모 가맥집과 막걸리집 등이 이 시기에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그 자리를 깔끔한 인테리어와 세련되고 다양한 메뉴를 내세운 프렌차이즈 업종이 하나둘 차지하게 되어 대학로가 그 나름의 개성을 잃어버리는 결과로 나타난다.

굳이 대학로 유흥가가 아니어도 수요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변화는 2000년대 중반, 중화산동, 평화동, 송천동을 비롯한 주택가 주변으로 유흥가가 분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스마트폰과 SNS의 등장은 이를 더욱 가속화시켜 ‘파워블로거’ ‘전국 00대 맛집’ 등의 신조어와 함께 특정지역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메뉴와 새로운 인테리어를 내세운 새로운 프렌차이즈가 생기고 반짝 손님을 끌면 주변으로 유사 프렌차이즈 등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경쟁하는 자본력 싸움으로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고, 이는 도청청사 이전으로 인해 형성된 신시가지에서 더욱 심화된 현상으로 나타난다.

2012년 말, 한옥마을이 급부상해 관광객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역의 전통 먹거리 및 유흥문화가 덩달아 특수를 타게 되는데 전일슈퍼로 대표되는 가맥집 등과 삼천동 막걸리 골목 등이 각광받았고 객사 주변을 위시한 중앙로 다운타운이 그 영향으로 활기를 띄게 된다.

옛말에 ‘화무십일홍’이라 하여 어떤 것이든 그 영화가 오래 가지 않음을 비유하곤 했지만 소비문화 특히 유흥문화에 있어서 그 부침을 심하게 겪어왔던 전주가 최근의 모습을 통해 관광도시로서의 가능성을 다시금 주목하게 되면서 앞으로 이를 통한 활로를 모색하려는 모습을 보여 기대가 된다.

(정민석, 대중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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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9 21:39:30
잘봤습니다 상세히 아시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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