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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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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소리
  • 전민일보
  • 승인 2014.10.3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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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남 전 화산초 교장·수필가

 
점점 가까이 가니 귀에 익은 소리가 들린다. 태어난 곳이 들녘이라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밴 소리다. 마을에 행사가 있다 하면 울리는 소리여서 누구에게 배우지 않아도 한 가락씩 두드릴 수 있는 굿이다. 고향을 떠난 뒤 오래되었어도 잊히지 않는 정다운 소리다.

전주에 국립무형유산원이 개원했어도 가보지 못해 일부러 찾아갔다. 마침 제2회 대한민국 농악 축제가 열려 다행이었다.

농악은 우리민족 고유의 전통문화다. 더욱 우리 전북은 예부터 농업이 발전한 곳이라 풍물굿의 역사가 깊다.

이리농악과 필봉농악은 전국적으로 유명하여 국가지정중요 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받았다. 농악이 우리민족의 정서를 고스란히 간직한 문화유산이라 오래 보전하려고 지정 보호하는 것이다. 그 밖에 진주삼천포농악, 평택농악, 강릉농악, 구례잔수농악이 무형문화재다.

오늘은 6개 농악이 무형유산원에 모여 축제를 벌인다. 세계무형유산 지정을 앞두고 축제의 마당을 마련한 것이다. 농악은 우리민족만의 예술이 아니라 세계인이 공유하게 될 자랑스러운 무형유산이기 때문이다. 오전에 필봉농악과 강릉농악공연이 끝난 뒤여서 오후 차례만 보았다.

10여 년 간 풍물을 접해 본 입장에서 각 지역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진주 삼천포농악은 전원이 전립을 쓰고 채상모나 부포상모를 돌리는 것이 특징이다. 쇠가락이 빠르고 버꾸잽이의 앉은 버꾸, 자반뒤집기 등 상모놀이가 우수하다.

구례잔수농악은 꾸밈이 없는 소박한 마을 굿이다.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빌고 갖가지 액을 막아주는 굿이 주류를 이룬다.

당산굿과 마당밟이굿, 도둑잽이굿 등으로 구성되었다. 단원들도 평균연령이 67세인 마을사람들이다. 옛날 고향에서 보았던 그런 굿판이다.

평택농악은 경기지방의 대표 농악으로 웃다리농악이라 한다. 가락이 빠르고 힘이 있으며 맺고 끊음이 분명하다. 진풀이가 다양하고 화려하며 무동놀이가 특징이다. 무동을 어깨에 태우고 춤을 추는데 아슬아슬했다. 5인 1조가 되어 3층까지 올리고 양손에 매달기까지 하여 돌 때는 오금이 저렸다.

이리농악은 내가 배운 농악이라 반가웠다. 전주 완산동주민센터에서 10년간 해본 가락이다. 인간문화재 김형순 선생이 발전시켰다. 상쇠가 부포를 세워 깝죽깝죽하는 것이 감탄스럽고 소고잽이가 거의 눕다시피 하여 도는 게 가상하다. 열두 발 상모놀이는 농악의 진수를 보는 듯하다. 많은 박수를 받았다.

오래 보존해야할 전통문화가 신문물에 밀려 점점 사라져간다. 지금까지는 명맥을 유지했지만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 안타깝다. 다행히 농악은 마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보존회에서 힘을 기울이니 이어지리라 믿는다. 6개 농악에는 전수학교가 있어 젊은이들이 이어 받고 있다. 농악이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을 받아 길이 보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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