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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과 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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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과 오만
  • 전민일보
  • 승인 2014.09.18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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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용 칼럼리스트 경영학박사

 
노자의 스승 상용(商容) 선생의 임종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노자는 잰 걸음으로 스승을 찾아 뵙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선생님, 이제 가시렵니까?” “그래, 노자야 나도 이제는 가야겠구나. 때가 된 것이야.”노자가 말했습니다. “선생님, 마지막 한 말씀만 해주시지요.”

그러자 구나“노자야, 너 입안에 이가 다 있느냐?” “아닙니다. 저도 나이가 먹어서 이제는 이가 많이 빠졌습니다.” “그렇겠구나.” 그러면 “노자야, 혀는 있느냐?”노자가 다시 대답했습니다. “예, 스승님. 혀는 멀쩡한걸요? 이 혀로 밥도 먹고 말도 하고 그럽니다.”

노자가 한창 자신의 혀 자랑을 하는 사이 상용선생은 조용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노자는 상용선생이 숨을 거둔 후 크게 깨달았습니다. 아! 강한 것이 유연한 것보다 더 강하지도 못하고 오래가지도 못하는 구나. 노자의 이 깨달음이 유약겸하(柔弱謙下) 입니다.

노자는 상용선생의 임종 말씀을 자기 철학의 기조로 삼았습니다. 그것이 오늘날 노자철학의 큰 기둥입니다. 노자는 철저하게 부드러움과 그 부드러움을 넘어서는 겸손을 우리가 살아가는 가장 큰 지표로 제시했습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 노자는 물이 부드럽고 겸손하여 흐르고 흘러 장강을 이루나니. 이렇게 물처럼 사는 게 최선의 삶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교황 프란치스코가 우리나라를 찾았습니다. 한없는 낮은 자세, 겸손, 어려운 사람을 보듬는 자애로움. 우리가 감동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번쩍번쩍 빛나는 리무진도 마다하고 쏘울이라는 제일 작은 차를 탔습니다. 헬기를 마다하고 KTX를 탔습니다. 만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으리으리한 차에 고급음식을 먹어도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낮은 자세, 더 겸손한 자세로 우리에게 겸손이 얼마나 위대한 삶의 덕목인가를 손수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주변에서 크게 혹은 작게 성공한 사람들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궁전같이 으리으리한 집에 날아갈 듯한 고급차, 눈부시게 번쩍이는 명품금시계를 차고 자랑하는 사람들도 가끔은 만납니다. 자기가 돈 벌어서 자기가 호사하는 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렇지만 돈이 엄청 많고 권력이 높아도 더없이 겸손하게 사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민주화니 개혁이니 해서 공직에 있는 사람들도 전보다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마치 높은 자리가 국민들에게 소리 높이라는 자리로 착각하여 목에다 잔뜩 힘주는 공직자는 사실 이제는 없어져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선거직 일부 인사들의 본분을 일탈한 오만에 대해 국민의 질타가 높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고 사정사정해서 표를 얻어놓고는 딴전입니다.

최근에는 국회의원들 5명이 줄줄이 사정당국에 조사를 받으며 어떤 사람은 아예 철창 안에 갇히는 신세까지 되었습니다. 공천헌금 챙기고 이권개입에서 또 챙기고 국회의원자리가 마치 돈 챙기는 자리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실제로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개혁의 매쓰가 강하게 가해질 부분이 정치권이라는데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이 기회에 지방정치권도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를 삼아야 합니다. 다 아는 일이지만 어느 군은 군수가 예외 없이 뇌물을 챙기다가 형무소를 가곤 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필요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마 정치인들은 활동반경이 넓으니 돈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돈 없이도 얼마든지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실증이 있습니다.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겸손이 그것입니다. 차도 작은 차를 타고 생활도 돈 안 드는 겸손한 패턴으로 바꾸면 되지 않겠습니까? 남보다 더 좋은 차 타고 더 좋은 음식 먹고 특권을 누려야겠다는 오만은 결국 사회를 망치고 국가도 망치고 자기도 몰락하게 합니다.

노자의 말씀대로 겸손하게 사는 삶.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낮은 자세로 사는 삶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덕목임을 깨달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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