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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학부모 촌지도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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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학부모 촌지도 진화한다?
  • 소장환
  • 승인 2007.03.20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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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 초쯤 되면 한 쪽에서는 불법 찬조금, 촌지를 근절하자고 떠들고 다른 한 쪽에서는 조용히 찬조금을 걷고, 촌지를 전달한다.
찬조금을 걷고, 촌지를 전달하는 것도 이미 오랜 관행으로 굳어졌고, 근절하자는 목소리도 ‘관행’이 된지 오래다. 달라지는 건 없는 모양이다.

예전에는 학년 초에 학교로 찾아온 학부모가 교사에게 책을 한권 선물하면 의례적으로 그 속에는 ‘봉투’가 들어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나라. 

오죽하면 어떤 새내기 교사는 학부모가 놓고 간 봉투가 고민돼 선배 교사에게 상담했더니 공무원 행동강령에 준해서 3만원~5만원 사이는 받으라는 말을 듣고 허탈했다고 할까. 교사들에게는 거절하는 것도 고민이란다. 거절당하는 학부모는 액수가 적어서 그런 것으로 오해하니까. 그래서 영화에서조차 교사의 이름으로 봉투에서 살짝 순화된 선생 ‘김봉두’라고 했을까.

하지만 요즘 만나는 학부모들은 학교로 찾아가서 주는 경우는 아주 순진한 축에 속한다고 한다.

소위 똑똑한 학부모들은 교사를 만나기 위해 학교로 나타날 것도 없이 집으로 배달한다고 한다. 물론 집으로 배달된 선물 속에는 봉투도 함께 들어간다는 게 정설이고, 이런 방법이 서로 부담 없고 뒤탈도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낯이 익은 장면이 생각난다. 정치인들이 주고받는 검은 돈. 최근에도 수도권에서 A시장 집으로 굴비상자가 배달됐는데 그 속에는 현금이 들어있더라는 식의 이야기가 뉴스를 장식했던 TV화면이 뇌리에 떠오른다. 학부모들의 촌지도 진화하는 모양이다. 언제부터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정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모습이 ‘검은 거래’가 됐을까.  

옛날 학부모들도 학교로 찾아갈 때는 계란 한 꾸러미나 씨암탉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들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쩌면 이것도 촌지인데…. 그때는 이런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교육계가 썩어서 그런다고 난리다.

그런데 진짜 교육계가 썩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해마다 우수한 인재들이 교사가 되기 위해 교대로, 사범대로 몰리는데 왜 썩을까. 

혹시 학부모들의 손에 들린 물건이 계란에서 현금으로 바뀌면서 주는 마음가짐도 바뀌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내 자식의 스승에 대한 고마움에서 내 자식만 잘 봐달라는 이기심으로./ 교육부 소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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