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183cm, 딸 168cm로 키우는 법.’
외모중시 풍조가 만연하면서 최근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지상목표다. 이같이 자신의 아이들이 모델처럼 늘씬한 몸매를 갖기 원하는 부모들이 많아지면서 일부 부모들은 ‘여자 아이는 초경 이후 키가 잘 크지 않는다’는 속설 때문에 초경시기를 늦추는 약을 먹이는 기현상까지 낳고 있다.
15일 도내지역 병의원과 한의원 등에 따르면 최근 여자아이들의 초경시기가 초등학교 3-4학년으로 앞당겨지면서 ‘초경 이후 키가 크지 않는다’는 속설 때문에 초경시기를 1~2년 정도씩 늦추려는 환자가 점차 늘고 있다.
병의원이나 한의원을 찾는 부모들은 대부분 “초경 전에는 1년에 7-10㎝ 정도 키가 크지만 초경을 치른 후에는 3-4㎝밖에 자라지 않아 자칫 다른 아이들에 비해 작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한약을 먹이거나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부모 가운데 엄마들은 자신들이 과거 초경을 치른 경험에 미뤄 초경 이후 키가 잘 크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해 ‘키짱 열풍’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를 둔 허모씨(34·여)는 “친구를 통해 한약을 먹이면 초경을 늦출 수 있고 키를 더 크게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요즘 키짱이 대세라는 데 아이를 크게 할 수 있다면 나도 약을 먹일 것”이라고 말했다.
키짱에 대한 관심은 아빠들도 엄마 못지않다.
두 여자아이의 아빠인 고모씨(37)는 “나와 아내 모두 키가 작은데 아이들까지 닮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이제 초경을 할 텐데 그 전에 키를 더 크게 할 수 있다면 약이 문제냐”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초경시기를 늦춰도 성장에는 문제가 없다’, ‘초경을 늦추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모 소아과 전문의는 “8-9살에 초경을 하는 성조숙증의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어 치료를 통해 조절하는 것은 필요하다”며 “키가 크는 것은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의 문제로 초경을 늦춘다고 해서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전주 모 한의원 관계자는 “성장호르몬을 더 많이 분비하도록 하는 약을 먹으면 효과가 있다”며 “치료 전에 성장판 등을 검사한 후 처방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박신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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