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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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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
  • 전민일보
  • 승인 2014.04.1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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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신 전주고등학교 수석교사

 
당나라의 선승 임제의 어록 시중(示衆)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원문에는 “如大器者直要不受人惑, 隨處作主立處皆眞”(여대기자 직요불수인혹 수처작주 입처개진)이라 되어 있습니다. 그릇이 큰 사람은 유혹에 빠지지 않고 곧을 필요가 있으니,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주인임을 잊지 않는다면 그 자리가 모두 진리의 세계가 된다는 뜻입니다.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어 꽃 천지가 된 4월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질병통제센터에 따르면 4월이 자살률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T.S Eliot(1888~1965)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그의 <황무지>라는 시에서 굳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4월의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자연은 회복할 수 없는 나의 청춘을 아프게 기억하게 할 뿐, 나의 현실은 의미 없음의 연속이겠기에 정말 가장 잔인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철학은 일상의 삶에 ‘의미 부여하기’라고 했는데, 자신의 현재적 삶에 의미 부여를 하지 못하고 스스로 자신을 국외자로 여기고 소외시키는 사람도 있고, 늘 남의 눈치나 살피며 자신을 학대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스스로가 가장 소중한 의미 있는 존재라는 진리를 자각하는 것이 자기를 지키고 세상을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삶의 주인공은 누구입니까? 미국의 사회학자 David Riesman(1909~2002)은 그의 저서 <고독한 군중>에서 현대인의 특징을 ‘타인지향형’이란 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의 모든 중요한 결정을 오직 타인을 기준으로 정한다는 것입니다. 옷과 음식, 여행 장소, 취미, 헤어스타일 등등. 그러나 그 모두는 진정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일까요?

나의 삶에 의미 있는 일일까요? 시류에 떠밀려 욕망을 채우지 못해 애태우며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내 인생의 주인은 어느새 타인이 되고 말 것입니다. 결국 나의 삶의 주인공은 전적으로 스스로를 자각한 ‘나’일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행복한 사람은 시공을 떠나 자신의 의미와 가치를 찾고 스스로가 자신의 주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경영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스스로의 주인이라면 무엇보다도 자신을 사랑할 것이며, 그러한 사람은 어떤 형편과 처지에 놓일지라도 자신을 소외시키지 않고 스스로 주인임을 확실히 할 것입니다.-‘수처작주(隨處作主)’ 우리 모두는 바로 자신의 주인이며, 당연히 자신의 삶의 주인공입니다.

남편과 아내, 부모형제가 사랑하는 소중한 존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들이 나의 인생을 살아주는 것도 아니며, 나의 인생에 책임을 지는 것도 결코 아닙니다.

오직 자신만이 스스로의 주인이니 자신의 삶에 진지하고 엄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스스로 주인임을 자각한다면 한순간이라도 자신의 삶을 헛되이 방기하거나 허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모두의 자존심을 지키고 품격을 높이고자 노력한다면 자기가 바로 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각성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하니 우리가 사는 이 곳도 바로 우리 스스로가 주인이며, 더 나아가 국가와 민족도 세계와 인류의 주인도 바로 우리인 것입니다.

우리가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며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해야 하는 것도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주인일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주인이기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집에서 사는 그 집주인이 마치 며칠 다녀갈 손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국가의 복지와 민족의 통일을 염려하는 것도 세계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염원하며 걱정하는 것도 우리가 바로 이 세상의 주인이기 때문인 것입니다.

스스로 주인임을 자각하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떤 상황과 처지에서도 자신이 주인임을 자각한다면-수처작주(隨處作主)-이제 그곳이 바로 모두 거짓 없는 세계가 될-입처개진(立處皆眞)- 것입니다.

그러니 전쟁과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 받는 모든 생명들은 결국 남의 일이 아닌 우리가 주인인 바로 이 세상의 일입니다.

울고 싶을 땐 큰 소리로 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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