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19 17:35 (금)
[특별기고] 돌을 던지기 전에
상태바
[특별기고] 돌을 던지기 전에
  • 전민일보
  • 승인 2013.09.30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방 후 반민특위(反民特委)가 구성되고 친일민족반역자에 대한 심판에 들어간다. 하지만 반민특위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체 와해된다. 그런데 반민특위에 잡혀온 친일파와  특위위원들 사이에 낯선 언쟁이 보인다. “당신이 소위 반민특위위원이라는데 당신 창씨(創氏)가 뭐요. 난 당신과 달리 창씨를 하지 않았소.” 당혹스럽다. 창씨개명을 한 사람이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사람을 심판할 도덕적 권리가 과연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적확(的確)한 답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이제 좀 더 깊이 고민해보자.
 이것은 역사에 관한 얘기인 동시에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설명해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 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창씨개명은 과연 무엇이며 이것이 과연 친일민족반역의 표상일 수 있는가.
 일제는 1939년 11월 <조선민사령(朝鮮民事令)>을 개정하고 창씨개명을 신설한다.
이듬 해 2월부터 접수한 창씨제도는 이틀 만에 87건이 접수되었다. 그중에는 이광수(香山光郞), 변호사 이승우(梧村升郞), 종로경방단장 조병상(夏山茂) 등이 보인다.
이광수나 문명기(文明琦一郞) 같은 인물들은 신문에 [선씨(選氏)고심담]을 싣기도 했다.
 조선총독부는 8월 10일까지 창씨를 완료하도록 하고 거부하는 사람은 이른바 불령선인(不逞鮮人)으로 몰아 탄압 했다. 그 와중에 경찰서와 지방행정기관의 독려와 감시는 물론 친일단체들의 강연이 계속되었다. 창씨개명 거부자에겐 정상적 사회활동이 불가능 할 정도의 가혹한 압력이 계속됐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자녀의 학교입학 금지였다.
 이러한 강압 속에 총독부가 정한 시한까지 거의 80%가 창씨를 받아들였다. 해방직전까지 그 비중은 계속 올라간다. 그 사실은 이광수가 반민특위에서 했다는 얘기 속에 잘 나타난다. “우리 중 창씨 하지 않은 자 누구인가. 해방이 1년 만 늦었어도 우리 모두 황국신민이 되었을 것이다.” 아이러니 한 사실은 오히려 적잖은 일본인들이 조선인의 창씨개명을 반대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유는 다르다. 그들이 우려한 것은 일본인과 조선인의 구분이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차별의 근거로 조선인 고유의 성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강변한다. “창씨개명은 조선인들이 청원해 이뤄진 것이다.” 실제 박남규(朴南圭)가 창씨개명을 청원했다. 이 외에도 박춘금(朴春琴)은 징병제, 그리고 현영섭(玄永燮)은 조선어 폐지를 일본국회와 조선총독부에 청원했다. 창씨개명은 우리민족에게 너무도 아픈 기억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그것을 가지고 앞선 시대를 산 사람들을 재단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해야한다. 만일 이 기준만으로 친일과 애국을 평가한다면, 친일거두 박흥식(화신백화점 사장), 한상룡(중추원 고문), 윤덕영(귀족원 의원)은 물론 징병제를 청원했던 박춘금 마저도 애국자가 된다. 과연 우리가 [서시(序詩)]와 [참회록(懺悔錄)]의 시인(詩人) 윤동주(尹東柱)를 히라누마 도오슈(平沼東柱)라고 비난할 수 있겠는가.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 우메하라 케이이치(梅源圭一), 가네무라 코유(金村康右), 도요다 다이쥬(豊田大中) 그리고, 스키야마 아키히로(月山明博)까지. 이들이 누구인가.
 그렇다. 모두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이다. 하나 더 추가한다면 다마오카 쓰토무(玉岡勉)는 대한민국 제2공화국 총리다. 적잖은 사람들이 창씨를 근거로 이들을 친일파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기엔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 성폭행범은 사라지고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비난의 오류가 그것이다.  일제 강점기를 살아야했던 많은 사람들은 평범한 민중(民衆)이다. 그들 모두에게 왜 안중근(安重根)과 윤봉길(尹奉吉)이 되지 못했냐고 비난하는 것은 가혹하다.
책임질 위치에 있었고 역사적 죄과를 범한 민족반역자와 피해자는 구분되어야 한다.
 주범과 종범 그리고 피해자. 주범은 분명하다. 그리고 종범과 피해자는 섞여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종범이고 누가 피해자인가이다. 돌을 던지기 전에 그에 대한 구분이 먼저다.

농촌지도사 장상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신천지예수교 전주교회-전북혈액원, 생명나눔업무 협약식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남경호 목사, 개신교 청년 위한 신앙 어록집 ‘영감톡’ 출간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제이케이코스메틱, 글로벌 B2B 플랫폼 알리바바닷컴과 글로벌 진출 협력계약 체결
  • 맥주집창업 프랜차이즈 '치마이생', 체인점 창업비용 지원 프로모션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