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것보다 추위가 더 힘들어"

전주 교동서 홀로사는 유순덕 할머니 겨울한파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

2012-02-09     윤가빈

사는게 사는 것이 아니야”


밤사이 많은 눈이 내렸던 9일 오전, 전주시 교동에 사는 유순덕(78) 할머니는 인터뷰 내내 계속 눈물을 훔쳤다.

 
유 할머니는 긴 겨울밤을 전기 판넬 하나에 의지한 채 보낸다. 판넬도 방 전체에 깔아놓은 것이 아니라 방 한쪽 구석에 깔아 놓은 것이 전부지만 전기세가 무서워 쉽게 틀지를 못한다.


바닥 온기를 조금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이불을 몇 겹씩 깔아 놓았다. 바닥만 온기가 있을 뿐 방안 공기는 차디차 입김이 나올 정도다.


밖에 있는 화장실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밤에는 쓰질 못한다. 따뜻한 물도 없다. 정수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을 조금 받아 아침 세수를 끝낸다.


유 할머니는 “풍이 있으니 병원에서 절대 찬 곳에 있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별 수가 없다”며 “만약 병이 심해져 꼼짝도 못하게 될까봐 그게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유 할머니가 추위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매일 병원에 가는 것이다.


몇 십년 동안을 차가운 바닥에서 지내다 보니 몸이 성한 곳이 없다. 8년 전 눈 주위에 풍까지 찾아와 시력까지 감퇴했다. 사물이 갑자기 두 개씩 보이기도 해 밖을 나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추위를 피할 곳은 병원밖에 없다.


유 할머니는 “따뜻한 물리치료를 받으면 몸이 한결 나아진다”며 “방안에 있으면 춥기 때문에 병원에 가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됐다”고 말했다.


다행히 유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돼 있어 병원비는 들지 않는다. 하지만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집 앞에 심하게 경사진 내리막길을 힘겹게 내려 간 후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눈이라도 쌓이면 걷기가 힘들기 때문에 앉은 자세로 집 앞 언덕길을 조심조심 내려온다.


겨울이면 각종 후원단체, 기업 등에서 연탄을 지원해주지만 유 할머니는 연탄을 놓을 곳도 쓸 수 있는 난로도 없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다.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유 할머니에는 연탄이 아니라 기름이 꼭 필요하지만 기름값 부담에 엄두를 내질 못한다.


다행히 석 달전 에너지공단에서 기름 한 드럼을 지원해줘 쓰고 있지만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다.
유 할머니와 같이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저소득층들은 따로 난방비 지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겨울나기가 더 힘겨울 수밖에 없다.


매달 지원되는 기초생활수급비에는 난방비가 7.4% 포함돼 있다. 난방비 소비가 더 많아지는 겨울이라고 해서 따로 난방비가 더 지원되지는 않는다.


도청 관계자는 “수급비용은 최저생활만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따로 난방비를 지원해주지는 않는다”며 “난방비는 민간단체나 이웃돕기 성금 등으로 밖에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가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