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하루 배달량 200곳 쉴 틈이 없어요"

전주 지역 배달량 가장 많은 서신우체국 하루 1200개 물량 처리

2012-01-20     윤가빈

 

 

“한숨 돌릴 틈도 없습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택배업계들이 배송전쟁을 치르고 있다.


오전 11시께 전주 서신우체국의 택배 물량이 쌓여있는 연세교회 주차장. 비가 오는 궂은 날씨 탓에 이날은 특별히 인근 교회 주차장을 빌렸다.


담당 직원은 “평소에는 우체국에서 물량을 처리하지만 오늘은 비가 와 주차장을 빌렸다”며 “오전 7시부터 나와 직원들이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신우체국은 전주지역에서 물량처리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아파트가 밀집돼 있고 KT 등 대형 회사들까지 모여 있기 때문이다.


택배 물량은 1월 초부터 몰리기 시작해 설을 목전에 둔 지난 18일부터 절정에 이르고 있다.  전주에만 하루 1만8000개 정도의 택배 물량이 몰리고 있고 서신우체국은 이중에서 15%에 해당하는 2700개의 물량을 처리한다.


많은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집배원부터 아르바이트생까지 총 14명이 투입됐다.  


집배원 오영연(39)씨는 “평소 택배 업무는 2명의 직원이 맡고 있지만 명절 때는 택배 업무를 병행한다”며 “오토바이로 쉴 틈 없이 왔다갔다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배원들은 오토바이에 택배상자를 싣고 수십 번씩 택배 나르기를 반복했다. 오토바이에 실을 수 있는 양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각 집배원마다 나름 노하우가 있다.


오씨는 “오토바이에 최대 실을 수 있는 택배 물량은 10개 내외다”며 “비닐로 포장돼 있는 의류를 사이사이에 끼워 넣는 등 나름의 노하우를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한 아파트 단지에만 수십개씩의 택배물량이 몰리기도 한다.


곽은하 팀장은 “물건이 많이 몰리는 아파트 단지 등은 트럭이 한 번에 이동해 날라준다”며 “트럭은 물건을 내려놓고 그냥 가기 때문에 집 방문은 집배원들이 직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집배원들이 가장 곤욕스러운 경우는 고객들이 “집에 있을지도 모르니 한번 올라가보세요”다.


한 집배원은 “배달해야할 물건은 수십개인데 아파트에 거주하는 고객이 집에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올라가봐라고 할 때는 난감하다”며 “고객이 요청했으니 올라가기는 하지만 부재중일 때는 또 다시 고객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다”고 전했다.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지만 땀의 보람은 있다.


아르바이트생 이태현(20)씨는 “수능 이후 남는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해보라는 부모님의 권유로 시작했다”며 “직접 내손으로 돈을 버는 것은 처음인데 힘들고 고되지만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이 힘들게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며 “아르바이트비를 받으면 부모님께 모두 드릴 생각이다”며 웃었다.


한 집배원은 “시민들의 행복한 설 명절을 위해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물건을 받고 행복해하는 고객을 볼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윤가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