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과했나 김호서의장 상황파악 제로
사전협의없이 행자위 회의장 들이닥쳐 수해현장 가자 다그쳐
역시 강한 의회를 표방한 의장다웠다. 김호서 의장의 독불장군행보로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와 전북도청 업무가 반나절 이상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2일 오전 10시 김 의장은 불쑥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장에 민방위 복장을 하고 나타나 ‘부안 수해피해 현장에 가자’고 행자위 의원들을 다그쳤다.
회의를 막 진행하려던 조병서 위원장 등 행자위원들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사전에 전혀 협의도 없이 기획관리실 공무원 20여명 앞에서 김 의장이 불쑥 들이닥친 것이다.
결국 김 의장 등은 현장에 있던 공무원들을 회의장 밖으로 내보내기까지 했다.
특히 지역구가 부안인 조 위원장의 불쾌감은 얼굴에 그대로 표시됐다. 조 위원장은 주요 안건이 다뤄지는 만큼 오전 중에 의사일정을 마무리하고 부안으로 내려갈 계획이었다.
김 의장이 조 위원장과 행자위원들의 권위와 위신을 여러 공무원들 앞에서 깔아뭉개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셈이다. 오히려 현장에 있던 공무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초 김 의장은 의회사무처 직원들과 부안 수해현장을 방문할 예정이었다가 이날 오전 9시40분 행자위원들을 대동하고 가기로 갑자기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장 취임 후 수해피해 현장을 단 한 번도 찾지 않았던 탓에 이번 기회에 모처럼 의장 몫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 앞선 듯 했다.
조 위원장은 “의장으로써 의욕이 너무 앞선 것 같다”며 “행자위의 의사일정이 정해진 상황에서 순서(사전협의)없이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 것이 동료의원으로써 아쉽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행자위는 ‘2009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지출 승인심사’를 비롯해 도유재산관리조례 일부계정안, 학교급식 지원조례 개정안, 출연기관 경영평가 보고 등에 대한 의안심사를 벌일 계획이었다.
결국 김 의장의 막무가내 행보로 행자위 심의는 오후 2시로 미뤄졌고, 이날 새벽부터 나와 회의를 준비했던 공무원들은 반나절을 소비했다. 공무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한 공무원은 “수해피해 현장을 방문하는 것도 좋지만 행자위의 첫 회기 일정까지 사전협의 없이 미룰 만큼 급했는지 의문시 된다”며 “의회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면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 현장에서 내가 더 무안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그렇게 수해현장 방문이 급했다면 제9대 의회 1차 정례회의 의사일정을 감안해 오전 일찍 서둘렀으면 이런 파행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3선이자 행자위 출신으로써 아쉬운 대목이다”고 지적했다. / 박종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