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운기 전국 일주 나선 김기현씨>

2006-09-03     박신국

“우리나라 농업이 존폐위기에 놓였는데 세상은 ‘오락실’ 얘기만 합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철회’를 촉구하며 지난달 28일부터 경운기에 태극기를 달고 농민가를 부르며 전국 일주를 하고 있는 김기현(48·전 한농연 고창군연합회장)씨.

 오는 6일부터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FTA 3차 협상을 맞아 국민들의 관심을 돌려보려 생업도 포기한 채 집을 나선지 6일째를 맞았지만, 아직까지 그의 울부짖음은 ‘바다이야기’에 묻혀 ‘소리 없는 아우성’일 뿐이다.

 지난 2일 밤 경북 김천시 대항면의 ‘직지사’에서 하룻밤을 묵고, 3일 오전 대구로 향하고 있는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근황을 묻자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내일 당장 농업이 망하게 생겼는데, 왜 오락실 얘기들뿐이냐”며 “오락실이 우리나라 농업보다 더 중요하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농민에게 가을은 1년 치 부은 적금을 타는 것과 같은 기분이지만, FTA로 인해 최근 몇 년 동안의 가을은 늘 도둑맞는 기분”이라며 “나라에서는 도둑을 잡아주기는커녕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루 150km의 강행군을 펼치고 있는 그가 총 완주해야 할 거리는 2,000여km.

 털털거리는 경운기에 몸을 싣고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이동하고 있는 그에게 건강에 대한 안부를 묻자 “몸의 고단함 따윈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농촌은 산더미 같은 부채, 값싼 외국 농산물 수입,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등으로 이미 자포자기 상태다”고 말했다.

 “나 하나 희생으로 국내 농업을 살릴 수만 있다면 故 이경해 열사를 따라 갈 수도 있다”며 비장한 각오를 다짐한 김씨는 “비록 오늘은 혼자지만 내일은 다를 것”이라며 국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국회 쌀 비준 반대와 근본적인 농업 회생 대책을 요구하며 상복과 족쇄를 차고 8일간 450km를 걸어 투쟁을 벌였다.

 그에 앞서 지난해 6월과 9월에는 고향인 고창에서 서울까지 자전거 상경 투쟁을 벌이는 등 ‘행동하는 농민’으로 유명하다.

 한편 오는 12일 서울에 도착할 예정인 김씨는 과천 정부종합청사와 국회를 방문해 국회의장과 농림부장관의 면담을 요구하고 건의문을 전달할 계획이다.
/박신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