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하고 떠난 5살 아들에게 보낸 아빠의 편지

2009-09-15     전민일보
“준호야, 하늘나라에서도 좋은 일 했다고 칭찬 받을 거야”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져 장기를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난 준호군(5)에 대한 애틋한 아버지의 마음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최근 전북대병원에 전자 메일 한 통이 왔다. 지난 7월말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져 장기기증을 한 준호(5)의 아버지가 최근 병원에 편지 형식의 이메일을 보낸 것.
"정말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들아"로 시작되는 편지에는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슬픔 등 복잡한 감정이 오롯이 담겨 있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편지에는 "너의 뜻은 아니겠지만 엄마, 아빠가 생각하기에 이 세상에 태어나 마지막으로 다른 아픈 사람들을 살려주고 간다면 그 무엇보다 보람된 일이 아닐까"라며 "하늘나라 가서도 우리 아들 좋은 일하고 왔다고 하나님께서 칭찬하실 거란 생각에 엄마, 아빠가 많은 눈물을 흘렸지만 장기기증을 결정했다"고 썼다.
준호의 아버지는 "우리 준호의 일부분이 이 세상에 살아있으니 준호가 아주 멀리 갔다고 생각하지 않는단다"며 "아가야 엄마,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웠고 너처럼 잘생기고 예쁜 아이를 키워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적었다.
이어 "하늘나라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아프지 말고, 그렇게 잘 지내고 있다가 다시 만나자"고 끝을 맺었다.
준호는 물놀이사고로 지난 7월28일 최종 뇌사판정을 받았고 준호의 부모는 아들을 떠나보낸다는 슬픔 가운데서도 장기기증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임충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