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맛집 만들겠다”···왕기석호 전북도립국악원, 변화의 무대 연다
창극·무용·관현악단 색깔 강화…일회성 넘어 대표 레퍼토리 구축 하반기 정기·상설·기획공연 잇따라…14개 시·군 접점 확대도 추진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이 왕기석 신임 원장 취임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조직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창극단·무용단·관현악단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한편, 전북을 대표할 레퍼토리 구축에도 나선다는 구상이다. 왕 원장이 그리고 있는 국악원의 변화 방향과 올 하반기 주요 무대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이 새 수장을 맞아 조직 운영과 공연 제작 전반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왕기석 신임 원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손볼 과제로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체계’를 꼽았다. 평가제도와 관련 조례 등을 다시 살펴보고 구성원과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국악원 현실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임명 과정에서 국악계 안팎의 논란이 있었던 만큼 앞으로 조직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끌고 작품으로 성과를 보여줄지도 새 체제가 풀어야 할 과제다.
왕 원장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작품의 축적’이다. 창극단과 무용단, 관현악단이 매년 정기공연을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단체의 색깔을 보여주는 대표 레퍼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예술 3단의 정기공연 가운데 매년 한 작품은 전북 14개 시·군 가운데 한 곳과 공동 제작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자원을 작품 소재로 삼고 지자체와 제작비를 분담해 도립예술기관으로서 역할과 재원 확보를 동시에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세 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전북 대표 브랜드 작품도 구상하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이나 동리 신재효 등 지역을 상징하는 역사·문화자원을 무대화하고, 완성된 작품을 계속 수정·보완해 일회성 공연이 아닌 장기 레퍼토리로 키운다는 목표다.
왕 원장은 “한 번 공연하고 끝나는 작품이 아니라 계속 다듬어 수준을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전북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향은 하반기 무대에서도 모습을 드러낸다.
창극단은 최근 남원춘향문화예술회관에서 제59회 정기공연 ‘그 이름, 춘향’을 선보인 데 이어 오는 11~12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무대에 오른다. 익숙한 ‘열녀 춘향’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랑과 이별, 선택 앞에 선 한 인간으로서의 춘향을 그린 작품이다. 전통 판소리의 뿌리는 지키면서도 동시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창극을 지향한다.
무용단은 다음 달 25일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전통춤축제에 초청돼 신작 ‘지맥동천’을 선보인다. 이어 31일에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정기공연을 갖고 전통춤의 장단과 형식을 오늘의 무대 언어로 확장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대형 정기공연과는 다른 색깔의 상설무대도 마련된다. 목요상설공연은 오는 17일부터 11월26일까지 모두 다섯 차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열린다. 두 편의 단막 창극으로 구성한 ‘소리판(PAN), 더블펀(FUN)’과 예술 3단에 지역 예술단체까지 참여하는 ‘연연(連緣)-전통을 잇고 인연을 맺다’ 등이 관객과 만난다.
한 해의 마지막 무대는 12월17일 ‘송년국악큰잔치’다. 세 예술단의 역량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며 도민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공연으로 꾸밀 예정이다.
공연장을 벗어나 도민을 직접 찾아가는 무대도 확대한다. 왕 원장은 찾아가는 공연을 연간 30회 이상으로 늘리고, 대형 공연장이 있는 지역에는 정기공연 등 규모 있는 작품을 배치하는 한편 공연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는 복지시설과 학교, 터미널, 전통시장 등을 직접 찾아가는 맞춤형 공연을 추진할 계획이다.
새로운 관객층 확보도 주요 과제다. 전통창극을 중심에 두되 모든 연령층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창극’과 ‘작은창극’을 개발하고, 단원들이 기획과 대본·음악·안무·연출에 직접 참여하는 기획공연 시리즈도 구상하고 있다. 가능성을 인정받은 작품은 지역 순회와 외부 초청공연으로 확대한다.
왕 원장은 자신이 만들고 싶은 도립국악원의 모습을 ‘국악 맛집’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는 “사람들이 단골 맛집을 찾는 것은 한결같이 변하지 않는 맛이 있기 때문”이라며 “전북의 맛과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수준 높은 공연을 만들고, 단원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