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마음을 들어주는 벤치'...평범한 할머니들이 전하는 위로의 힘
정신건강 전문의가 부족했던 짐바브웨에서 평범한 14명의 할머니가 나무 벤치에 앉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한 작은 실험이 세계가 주목하는 정신건강 모델로 성장했다. 그 여정을 담은 책 ‘마음을 들어주는 벤치’가 출간됐다.
‘마음을 들어 주는 벤치’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곁을 지키는 일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는지 감동적으로 전한다.
책의 중심에는 의사 딕슨 치반다가 있다. 2005년 당시 인구 1300만 명에 불과한 짐바브웨에는 정신과 의사가 6명뿐이었다. 식민 지배와 전쟁, 질병, 빈곤, 강제이주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은 많았지만,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수 있는 기회는 턱없이 부족했다.
치반다는 차비가 10달러가 없어 다시 진료를 받으러 오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한 환자의 죽음을 계기로, 의료 서비스가 닿지 않는 사람들에게 직접 다가갈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준 것은 의외로 보통의 평범한 할머니들이었다. 이들이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방식은 그가 익숙하게 여겨 온 정신의학적 접근과 달랐다. 전문 용어로 상태를 판단하는 대신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고, 일방적으로 답을 주기보다는 함께 길을 찾으며, 가족과 이웃, 공동체까지 살폈다.
치반다는 할머니들의 지혜에서 새로운 치유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그들과 함께 작은 나무 벤치를 상담 공간으로 삼은 새로운 정신건강 모델 ‘우정 벤치’를 만들었다.
우정 벤치가 발견한 치유의 힘은 거창한 데 있지 않았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 사람이 다시 자신의 삶을 살아갈 힘을 되찾도록 곁을 지키는 데 있었다.
열네 명의 할머니와 작은 나무 벤치에서 시작한 이 책은 마음을 돌보는 일이 전문가만의 몫이 아님을 보여 준다. 고립과 우울이 깊어지는 시대, 한 사람을 향한 돌봄이 공동체를 움직이고, 다시 그 공동체의 힘이 한 사람을 일으키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