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응기금, 전북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정부가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위한 입법절차에 들어갔다.
반도체 호황 등으로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힐 때 추가·초과세수의 일정 부분을 기금에 적립해 경기변동에 따른 세수 변동성을 완화하고, 미래 성장동력과 지방 등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재정을 오랫동안 다뤄온 경험에서 보면 그 취지에는 공감한다. 세수가 많이 걷힐 때 모두 사용하고 경기가 나빠져 세수가 감소하면 재정절벽을 반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여력이 있을 때 재원을 비축해 어려울 때 사용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재정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다만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눈여겨봐야 할 변화가 있다.
현재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의 19.24%를 주요 재원으로 한다.
지방에서는 최근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법인세 등 국세가 크게 늘어나면 이에 연동해 지방교부세도 상당 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입법예고한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은 지방교부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내국세에서 미래대응기금 전입금을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그만큼 당초 지방이 기대했던 교부세 증가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고 미래대응기금을 ‘지방의 몫이 줄어드는 제도’라고만 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국가재정의 물길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읽고 대응하는 것이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국가의 미래에 필요한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한편, 지방재정 여건이 악화될 경우 지방정부를 별도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전북도 이제 준비해야 한다.
먼저 전북도 차원의 ‘미래대응기금 대응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제도가 확정되고 정부가 사업을 제시한 뒤 대응해서는 늦다.
기금의 구체적인 투자대상과 배분방식이 만들어지는 지금부터 전북에 필요한 미래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정부에 적극적으로 제안해야 한다.
기존 지역현안을 단순히 나열하는 방식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새만금과 재생에너지, AI·데이터센터, 미래모빌리티, 이차전지, 농생명·바이오 등 전북의 자산을 국가의 미래 성장전략과 연결해 몇 개의 대형 프로젝트로 만들어야 한다. 시·군별로 사업 하나씩을 요구하기보다 전북 전체의 산업과 공간을 연결하는 성장전략을 만들고 그 속에서 각 지역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익산도 마찬가지다.
익산에는 국가식품클러스터와 농생명·바이오산업 기반이 있고 KTX 익산역을 중심으로 한 광역교통망, 새만금과 연계할 수 있는 지리적 강점이 있다.
제2차 공공기관 이전 역시 기관 몇 곳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공기관과 기업, 연구기관, 대학이 함께하는 새로운 성장거점을 만드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익산은 지금부터 ‘국가가 투자할 만한 미래 성장거점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준비해야 한다.
지방의 목소리도 필요하다. 미래대응기금 신설로 지방교부세 증가폭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향후 제도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을 통한 지방 지원 역시 중앙정부가 사업을 정하고 지방이 공모하는 또 하나의 국고보조사업이 아니라 지방의 자율성과 재정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재정제도가 바뀌면 지방의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이제 지방교부세가 얼마나 늘어날지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국가의 전략적 재원을 활용해 전북의 미래를 위한 투자를 얼마나 끌어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제도를 설계하고 있는 지금이 중요하다.
전북이 먼저 사업을 만들고, 논리를 만들고, 정부에 제안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이라는 새로운 재정의 물길을 전북과 익산의 새로운 성장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최병관 젊은 익산 다음 만들기 포럼 대표, 전 전북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