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인간관계의 본질적 불안을 폭로하는 아베 코보의 대표작 ‘밀회’
2026-08-27 정해은 기자
'일본의 카프카'라고 불리는 아베 코보의 대표작 ‘밀회’가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됐다.
작품은 실종과 감시, 폐쇄된 공간이라는 기이한 설정을 통해 현대 사회의 불안과 인간 존재의 위기를 파고든다.
밀회는 갑자기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한 남자가 기이한 폐쇄병동으로 향하며 시작된다.
어느 날 새벽 4시 3분, 구급차가 와서 자고 있던 남자의 아내를 강제로 싣고 떠나버리고, 남자는 아내를 찾아 수소문하다 그녀가 폐쇄적인 시스템의 병원에 강제 입원 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급기야 남편은 병원의 가장 큰 이벤트인 전야제 연회를 이용해 아내의 탈출 계획을 세우게 되고. 참가자 중엔 남자의 아내일지도 모를 ‘가면여자’가 유력한 우승 후보로 출전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과연 남자는 전야제에서 아내를 찾을 수 있을까.
아베 코보는 일본의 패망을 경험한 세대의 작가다. 그는 고도 경제 성장기에 접어든 일본 사회와 문단에 강렬한 실존적 질문을 던진다.
그의 작품은 삶을 지탱하는 각종 장치를 일순간 제거해 인물을 낯설고 초현실적인 환경에 몰아넣으면서 무의식과 악몽, 욕망과 공포의 여행길에 오르게 한다는 특징이 있다.
근미래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이고 기괴한 구조를 지닌 ‘밀회’는 작가 스스로 전후 성장기에 들어선 일본 사회의 이면, 혹은 발밑의 지옥으로 향하는 일종의 여행 안내서라고 설명한다.
6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독자를 실존적 낯섦 속으로 던져 넣고 끝없이 헤매게 하는 매혹적인 아방가르드의 진수를 보여준다./정해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