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농작업’재난이다… 한낮 ‘멈춤’이 농업인을 지킨다!
올여름 전북은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로 어느 때보다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폭염은 해마다 강도와 지속 기간이 길어지고 있으며, 이제는 단순한 계절적 불편이 아니라 농업인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자연재난이 되었다.
이를 반영해 기상청은 올해부터 기존의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보다 한 단계 강화된 ‘폭염중대경보’를 새롭게 운영하고 있다.
체감온도 38℃ 이상이 지속되거나 최고기온이 39℃ 이상으로 예상될 경우 발효되는 최고 단계의 폭염특보다.
이는 “더우니 조심하라”는 수준이 아니라 “생명을 위해 작업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라는 강력한 경고이며, 실제 농업현장의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
질병관리청의 8월 3일 기준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전국 온열질환자는 2,025명, 사망자는 16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농업분야 온열질환자는 361명으로 전체의 17.8%를 차지했으며, 사망자 16명 가운데 5명(31.3%)이 농업인으로 나타났다.
이 중 안타깝게도 전북에서도 농업인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모두 폭염 속 텃밭 작업하던 고령 농업인이었다.
농업인 온열질환은 일정한 특징을 보인다.
농촌진흥청 분석 결과 농업분야 온열질환자의 73%가 논과 밭에서 발생했고, 60세 이상이 78%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벼 재배가 많은 전북은 여름철 논에서 제초와 병해충 방제, 물관리 등 적기에 해야 할 작업이 많다.
강한 햇볕과 논바닥에서 올라오는 복사열이 더해지면 실제 체감온도는 기온보다 훨씬 높아지고, 여기에 열대야까지 이어지면서 몸의 피로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아 온열질환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은 올여름 농업인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폭염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14개 시군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온열질환 예방요원, 농업인 안전리더, 농작업안전관리자를 중심으로 현장 예찰을 실시하고, 폭염 취약농가를 직접 방문해 예방수칙을 안내하고 있다. 또한 예방키트와 이온음료를 지원하고, 농협 ATM과 마을방송, 언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폭염 행동요령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특히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면 시군농업기술센터와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해 현장 예찰을 강화하고, 농업인들에게 “작업을 멈추십시오.”라는 메시지를 가장 먼저 전달하고 있다. 농작업은 하루 미룰 수 있지만 생명은 다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농업인 여러분께서도 폭염 속에서는 반드시 안전수칙을 실천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가장 더운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농작업을 피하고, 가능한 한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진 뒤 작업하기를 권한다.
작업 전에는 충분한 물을 준비하고, 갈증을 느끼기 전에 자주 마셔야 한다.
작업 중에는 2시간마다 최소 20분 이상 그늘에서 충분히 휴식하고, 통풍이 잘되는 작업복과 챙이 넓은 모자, 냉각조끼 등 보냉장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혼자 작업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작업하며 서로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어지럼증이나 심한 발한, 메스꺼움, 근육경련,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의식이 없거나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해 신속한 응급조치를 받아야 한다.
폭염은 흔히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눈에 보이는 재난은 아니지만 순간의 방심이 소중한 생명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염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재난이기도 하다.
기상정보를 확인하고, 무리한 작업을 피하며, 물과 그늘, 충분한 휴식을 실천하는 작은 습관이 자신의 생명과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은 앞으로도 농촌진흥청, 시군농업기술센터와 긴밀히 협력해 폭염 대응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농업인이 안심하고 영농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전한 농업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올여름 가장 중요한 농작업은 수확보다 안전이다.
폭염이 심한 날에는 잠시 멈추는 용기가 농업인 여러분의 생명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전북농업을 지키는 가장 소중한 선택임을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
최준열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