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경찰서 경비작전계 황호인 기고문
적법한 신고가 만드는 성숙한 집회문화
익산경찰서 경비작전계 황호인 기고문
집회는 헌법이 보장하는 중요한 기본권이다. 그러나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특히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공공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한 신고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현행 집시법에 따르면 옥외집회나 시위를 개최하려는 경우 관할 경찰관서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미신고 집회는 주최자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집회 과정에서 도로 점거, 폭력행위, 공무집행방해 등 추가 위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형사처벌은 더욱 무거워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미신고 집회 주최자는 집시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고, 해산명령 불응 시에도 처벌이 가능하다.
최근 미신고 집회의 양상은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즉흥적 집결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사전 계획 없이 다수가 모여 도로를 점거하거나 행진을 이어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는 신고 절차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채 불법성을 축소하려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집회는 시민 불편과 교통 혼잡은 물론, 돌발적인 안전사고 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다.
다만 대법원은 집회의 자유를 매우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인 ‘대법원 2010도6388’은 “단순히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해산명령과 처벌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미신고 집회라 하더라도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있을 때에만 해산명령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즉, 신고 여부만으로 집회의 자유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판결은 미신고 집회를 허용하거나 정당화한 것이 아니다. 법원 역시 신고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집회 신고는 집회를 허가받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시민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약속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성숙한 집회문화는 적법한 절차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타인의 안전과 일상 또한 보호받아야 한다. 신고된 집회는 경찰의 교통관리와 안전대책이 가능해 충돌과 사고를 예방할 수 있으며, 참가자 역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건전한 민주사회는 법과 질서 속에서 완성된다. 자신의 목소리를 더욱 당당하고 안전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집회는 반드시 적법한 신고 절차를 거쳐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