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야기
2025-09-30 전민일보
김현조
아버지는 가을마다 쓸쓸함이 찾아온다고 했다
어머니는 아버지 등짝에 대고 혀를 차며
정신 채리시오 고까짓 가실, 해마다 돌아오는디
어디 자식 돌아오는 것만 허겄소
후딱허니 곡식이나 집아능로 들이시오 하였다
아버지 가을은 붉은색
단풍과 더불어 마음이 붉어진단다 이럴 때마다
어머니는 염려말아라
아무렴 가실이 왔다고 또 나가시겄냐
그리봤쟈 다시 돌아온다 두고봐라
에이 빌어먹을 가을! 역정을 내며
아버지는 어김없이
골목 어디까지 나갔다 돌아오셨다
어머니의 가을은 노란색
과일 익어가는 색을 닮았다
자식들 몰려오는 추석날
푸짐하게 보따리 쌓아줄 생각으로
감이 더디 익는다고 하늘에 삿대질이다
베라먹을! 찬바람이나 휑하니 부소
한몫에 죄다 붉어지라고
보름달보다 환하게 웃어싸며
두 잔을 연거푸 부어야 직성이 풀리는
엄니가 여름내내 울궈낸 차를 마시고
자식들 수다를 싸매고 방으로 들어가면
홀로 벼랑벽에 기대어 잠든 어머니
달빛이 차아와 창문을 톡톡톡
쉬잇!
건들지 말랑게
/김현조
전북 정읍 출생으로 1991년 《문학세계》로 등단했다. 시집: 『사막풀』, 『당나귀를 만난 목화밭』, 『비사벌에는 달 냄새가 난다』와 번역서: 『이슬람의 현자 나스레진』이 있다. 전북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문인협회국제교류위원, (사)전주문인협회 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