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귀가

2025-09-30     기형서 기자

강석희

 

10월의 어느 끝자락,

땅거미 지는 들녘에서 무거운 그림자 하나가

허기와 피곤과 젖은 땀 냄새를 산처럼 짊어지고

저벅저벅 거친 바람을 몰고 온다

 

고샅길 지나 뒷동산 언저리

둥지처럼 얹힌 작은 초가집

사립문 열고 들어선 마당에서

와르르 아버지의 어깨가 무너지고

토해내듯 긴 한숨에 별들도 흩어진다

 

한 평생 같은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토방에 걸터앉아 피우는 쓴 담배

고단한 인생처럼 타들어 가는데

초승달 하늘은 별빛만 가득하다

 

밥 짓는 냄새가 울안을 채우면

호롱불이 춤추는 작은 방에서

석류 처지듯 새끼들 웃음소리 새어 나오고

축 처진 검은 그림자가 너울거린다

 
 

 

/강석희

전주출생, 2022년 문예종합지 <<시선>> 싱인상 수상

전주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이사

전북 시인상, JB 한국미래문학상 수상

시집 동백, 곁에 두고 싶은 향기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