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지문

2025-09-30     기형서 기자

전재복

 

무심한 비질에

저문 가을이 내몰린다

 

설운 이별에

몇 날을 울어 붉은 눈자위

태생적 천식 쌕쌕대는 기침으로

누렇게 뜬 얼굴

겁 없이 뛰어내려

건들대는 초록의 허세까지

유장한 나무의 지문들이

한곳에 모였다

 

저마다 빛나는 이력을 들이대며

부시럭거린다

그래도 아직은 아름답구나

 

누군들 빛나는 시절이 없었을까

 

각각의 고단한 생애

고개 끄덕이고

좁은 자리 더 당겨 곁을 내줄 즈음

우리도 서로

굽은 등을 쓰다듬겠지

 

끌어안은 시간을 버무려

헤진 지문이 거름으로 승화될 때

온몸에선 달큰한 향기가 날까?

뽀골뽀골 옹기항아리에

술 익는 냄새 같은

 

/전재복

*저서: 시집 6, 영역시선집 1, 산문집 3, 동화 1

*수상: 전북문학상, 바다와펜문학상, 샘터문학상본상, 전북교원문학상,

한반도문학상(아동문학), 신무군산문학상

*활동: 한국문협, 전북문협, 표현, 전북시협, 전북펜, 군산문협, 기픈시, 교원문학,

나루문학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