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봉호 자치광장 발행인 칼럼

전주 완주 통합 전략은 재정 설계가 우선돼야

2025-06-08     전민일보

 

문봉호

 

 

 

 

 

 

 

 

 

 

 

-전주시 재정자립도 22% 불과, 정책 단계적 추진해야

-통합의 속내 드러내고, 완주군민에게 미래 약속해야

 

전주시가 완주군과의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하면서 내놓은 각종 통 큰 선물 약속이 연일 논란이다. 대부분 던져놓고 보자는 식의 약속이라는 것이다. 통합 청사의 완주 건립을 비롯해 대기업 유치, 공공기관 이전, 교통망 확대, 문화인프라 이전 등 굵직한 사업이 줄줄이 제시됐다. 어떻게 어떤 재원으로 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그렇지만 이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천억 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산된다.

한마디로 우선 통합시켜놓고 그때가서 생각하자는 속셈이 훤히 드러나 보인다는데 문제가 더 크다. 전주시의 재정자립도은 22%에 불과하다. 전주시가 무리한 약속을 남발하며 지역 통합을 추진하는 방식에 대해, 시민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전주시가 주장하듯 행정구역 통합은 단순한 지역 결합이 아니라, 인구 구조 변화와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미래 전략 중 하나일 수 있다. 전주시와 완주군은 이미 생활·산업·문화 전반에서 많은 부분이 연결돼 있고, 행정통합을 통해 광역도시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국비 확보와 대외 신뢰도 제고 측면에서도 통합의 명분은 존재한다.

그러나 이 같은 명분들은 비단 완주와 전주만의 관계는 아니다. 김제 익산 등 14개 시군이 다 연결돼 있다. 명분과 논리가 옳은 것은 절대 아니다. 특히 이런 설득으로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도 없다. 우선 진정성이 보여야 한다. 왜 완주와의 통합이 필요한가를 속내를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더 큰 발전과 미래를 위해서 함께하자고 나서는 것이 완주군민을 조금이나마 무너진 자존심을 어루만져줄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무수히 던져진 그 많은 전주완주 통합 공약 사업들은 사업비조차 대충이라도 산정되지 않은 상태다. 지금부터라도 진지한 접근을 바란다. 어쩌다 하나의 제안을 내놓아도 가슴에 와닿는 것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다.

당장 대기업 유치 공약만 해도, ‘현대차급 대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구체적인 기업 명단이나 산업 입지 조건, 유치 인센티브는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이는 현실과 괴리된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를 크게 만들고 있는 것들이다. 더 큰 문제는 전주시의 재정 상황이 오히려 완주군의 도움을 받아야 맞을 정도다. 전주시의 통합재정수지는 2023666억 원 흑자에서 불과 1년 만에 1,355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코로나19 위기 시기보다 더 큰 재정 적자로, 도시 재정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이를 메우기 위한 지방채 발행은 이미 폭증하고 있다.

전주시의 지방채는 20233,515억 원에서 지난해 4,653억 원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6,000억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로 인해 매일 5,400만 원에 달하는 이자 상환 부담이 시민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수천억 원이 들어갈 통합 청사와 도시 인프라 이전, 대중교통망확충 등의 선물 약속은 계속되고 있다.

예산 확보는 나중 문제라는 식의 접근은 시민을 무시하는 것이며, 재정 건전성과 책임 행정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도 반한다. 시 관계자들은 통합을 시대적 소명'이라며 1부터 100까지 모든 정책을 다 동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이 같은 태도는 시민들에게 무책임한 장밋빛 공수표로 비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현실적 계획과 재정의 투명한 설명, 그리고 시민을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 청사진이다.

행정통합은 어떤 지역에서도 쉬운 과제가 아니다. 정치적 이해관계, 주민의 정체성, 재정 문제, 서비스 접근성 등 다양한 요소가 얽혀 있다. 특히 전주와 완주는 지리적·생활적 연계성이 높지만, 행정통합에 따른 자산·부채 정리, 공공서비스 재편, 조직 통합 등 현실적인 과제는 무겁다. 따라서 장기적 계획 속에 공론화, 타당성 조사, 주민투표 등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접근이 전제돼야 한다. ‘퍼주기식 약속으로 상대 지역의 호감을 얻겠다는 전략은 단기적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시정 불신과 정치적 후폭풍만 낳게 될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예산의 효율적 집행과 세수 확대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전주시가 진정 통합을 통한 공동 번영을 바란다면, 허울뿐인 공약이 아니라 재정 건전성 회복을 우선 과제로 삼고, 실현 가능한 정책만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