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자신의 일로 나아가는 청년, 전북 유일의 브랜딩 전문가 원민 교수 

2025-02-27     홍민희 기자

10년전 2015년엔 그는 전민일보에 이렇게 소개됐다. 가치를 통해 청춘과 접속하는 문화기획자로. 

그리고 10년 후인 2025년에 그는 전민일보에 다시 소개된다. 여전히 가치를 잃지 않고 청춘과 그 너머의 사람들과 접속하는 사람으로.

지역에서 보기 힘든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라는 평가에서 이제는 자신의 길을 독보적으로 만들어가는 브랜딩 전문가로 쑥쑥 성장한 원민(39) 전주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초빙교수를 만났다. /편집자주

10년 전, 지역언론에선 취업은 뒤로 미룬 채 지역 청년들과 재밌는 일을 꾸미는 한 청년에게 주목했다. 

당시 29살이던 전주 토박이 청년 원민씨는 전북 청년들에게 놀 곳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에서부터 출발해 그간 전주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다양한 실험을 했다.

그렇게 전주청년들의 유일한 구심점이 됐던 그는 행정과 손을 잡고 전국 최연소 사회혁신센터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하지만 행정의 세계는 그가 생각한 것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리고 혼자만의 일이 아니었다.

직원들의 생계부터 미래 구상까지, 그러면서도 사회혁신의 가치를 청년들에게 이식해주는 일도 허투루 할 수 없었다.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지역 청년들과 재미있는 일을 해보겠다고 시작한 일은 그렇게 4년여의 시간끝에 행정의 사업 중단으로 멈춰서야했다. 

그시간이 헛되진 않았다. 청년들은 다양한 지원을 센터에서 얻어갔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지원사업이 끝나면 아무리 좋은 아이템도 연속성을 가지지 못한채 사라져야 했다. 그것이 무척이나 아쉬웠단다. 

"지원사업이 끝나면 지속되지 못하는 사업들을 보면서 왜 이렇게 지원을 해주는데도 이어지지 않는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그걸 해결하기 위해 사회혁신센터를 이끌었는데 말이죠."

매년 100팀이 넘는 청년들이 센터를 찾아 환경이나 문화예술, 더 넓게는 동물복지까지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온 청년들에게 적게는 200만원을, 많게는 1억원을 지원해 온 그였지만 대부분의 팀이 사업을 지속하지 않는 점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그 의구심은 참여한 단체들에 대한 데이터 분석으로 이어졌다.

단순히 몇명이 이곳을 방문했느냐를 넘어 그들이 무엇을 즐겼는지, 어디에 몰렸는지를 알아보고 싶었다. 그렇게 서울의 한 대학원에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어려웠다. 배울수록 이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방황하던 차에 들른 서점에서 한줄기 빛을 찾았다. 

전북에선 태동도 하기 전이었지만, 이미 서울과 수도권에선 하고자 하는 일을 이어가기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개념이 있었다. 브랜딩이었다.

브랜딩이란 말에 편견이 있었다. 물건을 많이 파는 것에 대한 기술적 개념이라는 오해였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있는 브랜딩 서적을 여러권 사다가 읽어보니 생각이 틀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히려 센터를 운영할 때 간절히 찾던 개념이었다. 

"브랜딩이 자신의 가치를 정립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하게 하는 개념이라는 걸 깨달은거죠. 희망이 보이더라구요."

그렇게 그는 브랜딩을 본격적으로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2022년의 일이었다.

이미 서울과 수도권에선 브랜딩에 대한 접근이 10년전부터 활발하게 이뤄져왔단다.

전주에선 미미한 언급만 있을 뿐 실체를 다루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비수도권에서 이제 움트고 있는 브랜딩의 진정한 의미를 내가 먼저 선점하고 이끌어 가야 한다는 신념이 새로운 시작의 두려움을 압도했다.

"브랜딩에 대한 첫 이미지는 일단 내 일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을 이뤄줄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었어요. 결국 확장을 해야 비영리든 영리든 동참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즉,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하려면 브랜딩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신념이 생겼죠."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막막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비전공자에다가 기본 지식도 부족했고, 무엇보다 현장경험이 전무한 점은 그에게 주저스러운 일이었다.

그래도 방법은 있었다. 끝없는 공부였다. 

"공부를 정말 미친듯이 한거 같아요. 시중에 소개된 브랜딩 마케팅 스테디셀러 100권을 모두 사서 읽으면서 전국에 있는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가 자문을 구했어요."

당시 전주시 사회혁신센터장이었던 만큼 센터에 참여하는 팀들이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공부도 이때 할 수 있었다고. 

지역에 머물다보니 기왕이면 같은 지역내에서 비슷한 꿈을 가진 전문가를 만나고 싶었지만 수차례 시도끝에 알게됐다. 전주엔 브랜딩 전문가가 없었다.

그렇게 매번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했던 그의 또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책을 읽고, 전문가들을 만나고, 현장에서 마주친 다양한 브랜딩의 사례들을 글로 옮겨적었다. 모이고 모이니 책 한권 분량이 됐다.

그렇게 브랜딩에 몰입한 지 2년 만에,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하는 힘, 브랜딩' 이란 책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책을 쓸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전주대에서 제안받은 교수일을 하며 만난 학생들이었다. 

일반 학생들과는 달리 창업이나 자기 사업을 일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었기 때문에 이들과 주고받는 대화는 책을 쓸때도 영감이 됐다.

지역에서 브랜딩을 전문적으로 한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요즘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역에서 느낀, 브랜딩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전하느라 한달 일정이 빼곡하다.

"지역에서도 브랜딩 전문가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제가 증명한 것 같아서 좋더라구요. 어떤 제안이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길을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그가 깨달은 브랜딩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발견과 집중, 그리고 지속성과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 기본적인 것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아는 사람들에게 직접 찾아가는 그는 그 기본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하는 사람이 더 늘어나길 바랄 뿐이란다.

"이제는 자기만의 컨텐츠가 없으면 창업은 물론이고 취업도 힘든 세상이 올겁니다. 그게 없다면 수세에 몰리는 시대가 열린거죠. 제가 말하는 컨텐츠라는 것은 자기만의 생각이나 장단점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과거에 내가 어땠다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는 만큼, 그 과정에서 자신을 브랜딩해 효율적으로 가꿔나가야 할겁니다."

수도권 출신 전문가들 일색이던 브랜딩 시장에 전북에서 유일한 브랜딩 전문가인 그는 느리지만 확실하게 균열을 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균열은 결국 빛을 받아들이는 곳이 된다. 그가 지역에서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하며 빛을 뿌릴지 자뭇 궁금하다.

홍민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