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호] 미래 전북의 주력산업은 문화·관광에서 찾아야
2024년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누구나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20년 전으로 시계바늘을 돌려보면 2004년, 이 당시에는 AI라는 존재에 대해 잘 몰랐다. 스티븐스필버그 감독의 SF영화 ‘AI’를 통해서 미래 사회는 인공지능 로봇의 시대가 될 지도 모른다는 추론만 대중문화평론가들의 입에 가끔 올랐다.
이 당시 대한민국은 3월 국회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가수 장윤정의 ‘어마나’가 히트를 하던 시절이다. 연말에는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대규모 부정행위 사건이 발생했었다.
그런데 2004년의 미래 사회는 이제 2024년의 현실이 됐다. 인공지능이 적용된 챗GPT를 통해 대학생들이 리포트를 작성하고, 마케팅 기획자들이 계획서를 만들어낸다. 애플과 삼성은 인공지능이 적용된 스마트폰 출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전쟁터에서도 AI와 함께 작전계획을 만들어 전투를 벌이는 세상이 됐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이제 문제는 사람이다. 출산율 감소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군대에서는 AI로봇과 드론으로 전쟁을 하고, 기업에서는 휴식과 임금인상 요구가 없는 인공지능 로봇을 통해 물건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노조도 만들지 않고, 총파업도 벌이지 않는다.
이제 문제는 사람이다. 인공지능 AI는 그림도 잘 그리고, 어려운 법률자문도 척척 해내고, 기업 고객센터에서 상담 업무도 쉬지 않고 처리한다. 코앞에 다가온 AI 자율주행의 시대는 사람이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점점 유능한 AI가 ‘효율성’이라는 명분을 무기로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사람들이 설 자리가 있을까라는 두려움마저 드는 세상이다. 여기에 출산율 감소와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지역 소멸’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요즘, 전북이 생존할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전북 사람들은 무엇에 집중하고, 무슨 일을 해야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관광객이 다시 돌아온 전주한옥마을
AI는 인공지능이다. 학습을 통해 빠른 속도로 연산을 하고, 저장된 막대한 데이터를 통해 합리적은 답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가 없고 학습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창의적인 영역이다. 사람들은 창의적인 요소의 작업 결과물을 ‘예술’ 또는 ‘작품’이라고 부르고, 이런 작업들이 오랜 세월 누적되면 ‘역사’ 또는 ‘문화’라는 타이틀을 붙인다.
그리고 이런 역사 또는 문화를 보고, 듣고, 만지고, 먹고, 향을 맡아보면서 만족감을 얻는다. 여기에서 문화·관광이 산업이 되고, 우리가 갖고 있는 유형 또는 무형의 문화유산은 자산이 된다.
전북은 많은 문화유산을 갖고 있고, 이러한 문화유산을 산업화하는 몸부림을 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세계소리축제, 전주한옥마을, 임실N치즈축제, 김제 지평선축제, 전주페스타 등등이 모두 이런 노력들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차례 된서리를 맞았던 전북의 문화행사들은 2023년부터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전주시가 이동통신기록을 활용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주 한옥마을을 찾은 국내외 관광객은 1536만4206명이었다. 2022년 방문객 1129만4916명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36%가 늘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7만4425명으로 2022년 1만5414명에 비해 4.8배나 늘었다.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680만5344명, 776만4642명이었던 통계와 비교하면 코로나가 끝나면서 곧바로 두 배 이상 방문객이 늘어났다.
올해 25년 째를 맞이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내 최대 '독립영화 축제'답게 6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고, 역대 최다 상영회차 수와 최다 매진 기록을 세웠다.
올해 10주년을 맞는 임실N치즈축제도 2015년 처음 개최할 당시에는 10만여 명이 다녀갔지만, 지난해에는 56만 명이 다녀가면서 16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등 성공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된 김제 지평선축제도 지역특산품인 지평선 쌀을 소재로 지역의 자연, 문화, 역사적 특성을 살린 농경문화와 문화유산을 현 세대의 감각에 맞게 승화시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동 한마당 축제로 변화를 거듭하면서 ‘2024년 전라북도 대표축제’에 선정됐다.
넘쳐나는 지역 관광축제
현재 전북 도내에는 크고 작은 지역축제가 매년 약 57개 정도 치러진다. 지역별로는 ▲전주 5개 ▲군산 3개 ▲익산 3개 ▲정읍 6개 ▲남원 4개 ▲김제 4개 ▲완주 5개 ▲진안 4개 ▲무주 2개 ▲장수 1개 ▲임실 7개 ▲순창 2개 ▲고창 7개 ▲부안 4개 등이다. 임실과 고창이 매년 7개의 지역축제를 벌이고 있고, 다음은 정읍이 6개의 축제 무대를 펼치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봄과 가을에 축제가 집중된다.
도내에서 매년 치러지는 이 축제들 가운데 약 14개 축제는 국비와 도비, 시·군비 등을 합해 약 120억 원 내외의 지원을 받는다. 하나의 축제에 평균 8억5000만 원 정도의 보조금이 지원되는 셈이다.
축제에 대해 거액의 보조금이 지원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이 많이 모이게 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되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또 가고 싶은 축제는 몇 개나 될지는 미지수다.
해마다 반복되는 바가지요금과 특색 있는 행사 프로그램의 부재가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예를 들어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임실치즈N축제, 김제 지평선 축제, 정읍 구절초 축제 등을 놓고 어느 축제를 가더라도 문화행사 프로그램이 비슷하다. 축제 이름은 다르지만 천편일률적인 가수 초대 공연과 먹거리 장터만 즐비하다. 마치 기획사 한 곳이 모든 축제를 진행하는 느낌마저 들 때도 많다.
전주국제영화제나 전주세계소리축제처럼 행사 본연의 색깔과 주제가 확실한 축제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축제는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고, 심한 경우에는 선출직 단체장인 시장·군수 측근 인사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28일 전북특별자치도가 전주대 산학협력단에서 개최한 ‘2024년 시군 축제 지원사업 설명회 및 워크숍’에서 이종린 전북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도 “지역이 가진 고유한 문화적 특성을 살려 차별화된 컨텐츠 개발이 축제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특산품의 잘못된 브랜드 네이밍 바로 잡아야
지역축제와 관광상품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루는 결정적 수단은 지역특산품이다. 그러나 도내 지역특산품의 이름(브랜드 네이밍)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가장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품목이 무주의 ‘머루와인’이다. 와인(Wine)은 ‘포도주’를 말하는데, 머루주에 와인을 갖다 붙이면 ‘머루와인’은 ‘머루주포도주’가 되는 셈이다. 아무리 마케팅을 열심히 해도 ‘머루와인’이라고 하는 순간 이해불가, 정체불명의 상품이 된다.
전주대학교 외식산업조리학과 전효진 교수는 “유럽의 경우 프랑스는 포도주의 고급화를 위해 ‘에오쎄(A.O.C)법’을 만들어 포도주의 등급을 나눠 세계적인 문화를 만들어냈다”면서 “머루주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문화를 만들어야 산업이 된다”고 말했다.
‘소믈리에’라는 말도 그렇다. 요즘 ‘막걸리 소믈리에’라는 작명이 등장했는데, 소믈리에는 14세기 프랑스에서 식사와 먹거리를 책임지고 담당하던 사람을 ‘에셩송(술 따르는 사람)’이라 불렀고, 18세기 말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호텔이나 레스토랑이 발전하면서 소믈리에는 ‘와인 서비스맨’, ‘레스토랑의 와인 책임자’를 부르는 말이 됐다.
무분별한 외국 문화를 우리 것에 무리하게 차용하면서 오히려 정체불명이 된 문화사대주의적 사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