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갤러리전주, 전주출신 청년작가 박인서 사진전 '주인없는 학교'

1월 24일부터 2월 4일까지 전주아트센터 1층

2024-01-23     소장환 기자

 

우리는 코흘리개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는 시점까지 '학교'라는 공간에서 선생님을 만나고, 친구를 만나고, 삶의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대부분 거쳐간다. 

그런데 최근에는 신생아 출생율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낮아지면서 학령인구가 감소했고, 결과적으로 우리 주변에서 학생이 없는 학교들이 '폐교'라는 올가미에 걸려 사라지고 있다.

전주출신의 청년작가 박인서는 "한여름의 무서운 이야기에서나 자주 들었던 폐교를 이젠 어렵지 않게 자주 볼 수 있게 됐다"면서 폐교들에 대한 기록을 시작했다.

박인서의 <주인없는 학교> 작업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해서 대학교까지 폐교들을 주로 기록하고 있다. 이미 그 지역의 흉물이 되어버린 탓에 음산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밝고 희망적인 슬로건들, 더러워지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오래된 공간들, 여기저기 깨진 유리창, 누군가가 언제 마시고 버렸는지 모르는 음료수 캔, 그리고 언제 마지막으로 쓰인 지 모르지만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책들과 개인 물건들 등 대부분의 폐교는 파괴와 보존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음에 작가는 주목했다. 

박인서는 폐교라고 하는 공간들에서 느낀 모든 장소를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은 더 이상 그곳에서는 물건과 공간의 보존여부와 관계없이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인없는 학교>에 대한 기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주인없는 학교> 작업을 통해 작가는 다양한 초등학교와 대학교의 공간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하나의 이야기가 관통하고 있다. 더 이상 그곳에서는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작가의 시선을 통해 사진에 표현되고 있는데, 가까이 혹은 멀리 바라본 것이 아닌, 넌지시 바라본 그곳에는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는 계단과 창틀 그리고 더이상 제자리에 있지 않는 책상과 의자들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학교 였던 공간과 그곳에 버려진 물건들은 사용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의미와 존재감이 생긴다고 작가는 말한다. 작가는 생명력이 존재하지 않는, 의미가 사라져버린 그것들을 기록하기 위해 그 모습 그대로를 촬영하고자 했다.   

박인서는 폐교라는 공간에 대한 느낌을 담담하게 말한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문장이 있다. 그곳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공간들과 물건들은 아이들이 사용함과 관리함으로써 그 의미와 존재감이 생긴다. 이제 그것들을 사용할 주인이 없어져버리고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그것들은 단어 그대로의 무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외부의 간섭이 없는 상태를 그대로 기록함으로써 작가는 주인이 사라진 공간의 적막함을 함께 담고 있지만, 현재 까지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의 모습들을 묵묵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과 버려진 물건들을 통해 현재를 비추고자 하는 욕망 아래 우리들 자신이 직접 사용했던 잊혀지지 않은 공간의 미래를 상상하게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교육을 하는 곳을 초등학교라고 하는데, 초등학교는 보통학교, 소학교, 국민학교라는 이름을 거쳐 1996년 3월 1일 부터 초등학교로 개칭되었다. 현대화 된 현재의 초등학교 모습이 아닌, 박인서 작가의 <주인 없는 학교>를 보면서 어린날 추억이 가득한 나만의 보물 상자를 열어보는것은 어떨까. 

전주출신 청년작가 박인서의 사진전 <주인없는 학교>는 1월 24일부터 2월 4일까지 전주아트센터 1층, 아트갤러리전주(전주시 완산구 서학로 9)에서 만날 수 있다.